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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Aug 20. 2022

남프랑스 시댁 나들이

사흘 동안 1000km 운전한 사람


프랑스에서는 차를 타고 국내 여행하는 것이 일상이다 보니 다들 몇백 km 떨어진 곳에 운전해서 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동료들에게 여름휴가에 코트다쥐르에 있는 시댁을 방문한다고 했더니 "여기서 남부는 가까운 편이지! 잘 다녀와 주말은 차막히니까 피해서 다녀오고"라던 그들. 


우리가 사는 곳에서 시댁까지 고속도로를 타고 가면 500km가 넘는 대신 4시간 반 정도가 걸리고 국도로 가면 400km가 안 되지만 7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어지간하면 국도를 선호하지만 오래 운전하고 싶지 않아서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갔는데 이렇게 장거리를 혼자 운전한 건 처음이지만 생각보다 할만했다. (남편은 운전면허가 없다)


출발 전에는 장거리 운전을 해야 된다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는데 주중 아침 일찍 이동했더니 차가 많지 않아서 다닐만했고, 무엇보다 한국에 비해서 고속도로 운전하기가 엄청 수월했다. 차선 바꿔가면서 오른쪽 왼쪽으로 왔다 갔다 위험하게 운전하는 사람도 없었고 앞에 가는 차 뒤에 바짝 붙어서 위험하게 속도를 내는 차도 거의 보지 못했다. 좀 이상하다 싶은 차 번호판을 보면 거의 다른 나라 차량 (네덜란드라던지..)


프랑스 고속도로에서는 왼쪽 차선에 있는 차보다 빨리 달려서는 안 된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차선이 3개인 경우 내가 3차선에 있고 2차선에 있는 차보다 빨리 가고 싶다면 현재 차선에서 속도를 내는 것이 아니라 왼쪽 차선으로 옮겨서 1차선까지 갔다가 2차선에 있는 차를 추월해서 다시 3차선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서 2차선에서 달린다면 3차선에 있는 차를 생각해서 어느정도 속도를 내야한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난 스타벅스! 얼마만이야 대체ㅠㅠ


하필이면 이때 태풍이 오고 있어서 날이 그렇게 맑지는 않았지만 비가 많이 오지 않아서 무사히 도착한 우리.


짐을 풀고 외할머니댁이랑 이모 댁에 방문해서 인사도 하고 이야기 좀 하다가 다음날을 기약했다. 3년 전 결혼식 때 뵙고 코로나 때문에 프랑스에 올 수가 없어서 다들 오랜만에 뵈었더니 엄청 반가워하시던 친척들. 3년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부족한 내 프랑스어 실력 때문에 대화를 많이 할 수는 없었지만 잘 챙겨주시는 건 느낄 수 있었다.  


남편한테 시댁 가족들은 다들 이렇게 다정한데 자기는 돌연변이냐고 물어보았더니


나도 엄청 다정한데 무슨 소리예요?
(무슨 소리인지는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동부에 있을 때는  생각이 없었는데 남쪽에 오니 확실히 도시 조경도  되어 있고 사람들도 많고 도시에 돈이 많은 것이 느껴졌다. 우리 데파르망은 좀 칙칙한것 같다고 했더니 한숨쉬면서 우리는 프랑스의 똥꾸멍에 살고 있다던 남편. 야 그정도는 아니지..


남부는 여름휴가 시즌이라 그런지 어딜 가도 북적북적하니 사람이 진짜 많았는데 시내에 나가도 사람 구경하기 쉽지 않은 동네에 살다가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은 프랑스  이후로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촌동네 패치가 너무 빨리된 것이 아닌지..




우리가 방문했던 세인트 맥심은 시어머니가 어릴때부터 살던 곳인데 여기저기 얽힌 추억을 얘기해 주셨다. 한국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국밥집 같은 경우가 아니고서야 한자리에서 오래 영업하는 식당 찾기가 어려운데 시어머니가 20대에 아르바이트했던 식당이 아직까지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젊었을 때보다 전체적으로 도시 규모가 많이 커졌고 관광객도 많이 오는 도시가 되었다고.


마르세유에서 니스까지 이어지는 해안도시들은 다 북적거리는 것 같다. 프랑스는 물론이거니와 유럽 곳곳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미어터짐. 그래서 물가도 많이 비쌌는데 아이스크림 작은 스쿱 하나에 2유로..


이틀을 남부에서 보내고 올라오는 길에 도로에서 네덜란드에서 온 캠핑카를 진짜 많이 봤는데 남편 말이 네덜란드 사람들이 캠핑카 타고 프랑스 놀러 오는 걸로 유명하다고 한다. 음식까지 잔뜩 채운 캠핑카 타고 와서 프랑스에서 돈을 거의 안 쓰다 보니 여행 업계에서는 별로 안 좋아한다는! 여행 가서 현지 숙소에 묵어보고 맛집 찾아다니는 재미로 돌아다니는 나로서는 그럼 뭐하러 오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 왈, 프랑스에 말 그대로 ‘시간 보내러’ 오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하긴 프랑스는 캠핑장이 곳곳에 있어서 캠핑카 타고 오면 경치 좋은 곳에서 저렴하게 시간 보내기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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