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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Aug 21. 2022

스윗한 이탈리안 패밀리

유럽에도 시월드가 있을까?



시어머니는 이탈리아 이민 2세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어릴 때 이탈리아 북부에서 남프랑스로 이민을 왔고 시어머니는 프랑스에서 나고 자랐다. 부모님이 이탈리아인이지만 본인이 이탈리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같은 맥락에서 남편은 미국의 코리안 아메리칸이나 이탈리안 아메리칸이라는 컨셉을 이해하지 못한다. 프랑스에서 나고 자랐으면 프랑스인, 미국에서 나고 자랐으면 미국인 아니냐고.   


시어머니는 남자 형제는 없고 여동생만 둘인데 지금은 다들 은퇴하고 같은 지역에 자매들이 모여 산다. 예전에는 다 한동네에 살았는데 시어머니가 최근에 이사 가면서 조금 멀어지긴 했지만 다들 차로 30분 이내 거리에 살아서 한국으로 치면 한 도시 안에 사는 거나 마찬가지.


남편은 아들이 귀한  집의 장남이라 친척들 말에 따르면 어릴 때부터 소황제처럼 컸다고 한다. 남동생도 있고, 밑에 다른 남자 사촌동생도 있지만 딸만 셋이었던 외할아버지에게  남자 손주가 주는 기쁨은 누구와도 비교할  없었을 것이다. 우쭈쭈 귀한 내손자 이렇게 자란 남편은 사촌들 사이에서도 왕처럼 군림한 언터처블. 남편이 말하는 동안에는 동생들이 끼어들지도 못할 정도라 처음에는 문화적 충격이 컸다. 아니 유럽인데 이렇게 가부장적이라고??


바쁜 워킹맘이었던 시어머니 대신 남편은 외할머니댁에서 크다시피 해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지극하기도 하다.


외할아버지네 마당


남편의 이모부들도 자기 본가가 있을 텐데 다들 외가 근처에 모여 사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심지어 남편의 동생과  년째 연애 중인 그의 여자 친구는 할머니 댁에 자주 놀러 가기도 하고 수시로 열리는 가족모임에도 참석하고 다 함께 휴가를 가기도 한다. 한국 같으면 ‘으으 결혼 전부터 시월드 뭐야이랬을 것 같은데 다들 즐겁게 모이고 자주 봐서 그런지 서로 사이도 좋다. (남동생의  여자 친구도 몇 년간 가족모임에 나왔었는데 헤어지고 나서는 가족들이 남편 동생보다  슬퍼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


남편한테 비결을 물어보니, 다른 가족들에 비해 ‘진짜 다툼 하는 일이 없다고. 시댁 식구들은 엄청 보호적이라 애초에 가족들한테 문제가   같으면(예를 들어 남편의 동생이 네트워크 마케팅에 빠진 적이 있는데 남편이 말 그대로 박살냄. 사촌동생이 '이상한' 여자 친구랑 비밀 결혼할 계획을 알고 초기에 진압 등등) 미리미리 근절한다나. 그리고 그의 말에 따르면 시댁 식구들이 다들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성격이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게 아니겠냐며.


하긴 친척이 많으면  이상한 사람도 있기 마련인데, 시댁 식구들은 하나같이 하다. 외국인 조카며느리도 엄청  챙겨주시고 남편이 잘해주는지 프랑스 생활은 괜찮은지, 회사 일은 할만한지, 말이   통하는  위해서 남편의 이모랑 시어머니는 틈틈이 내가 소외되지 않도록 말을 걸어주시고 통역도 해주셔서 남프랑스에 머무르는 동안 너무 많이 먹어서 내내 속이 더부룩했던 것을 빼면 불편한 적은 없었다.


어디나 수영장 딸린 집들 천지인 남프랑스 aka 우리의 드림하우스 이모네


우리도 친척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다들 멀리 떨어져 살아서 명절 때가 아니면 모이기 쉽지 않은데 이렇게 친척들끼리 자주 보고 사이가 좋은 것이 부러웠다. 결혼도 하지 않은 사촌 동생의 남자 친구/여자 친구가 우리 가족모임에 참석하는 모습은 도저히 그려지지 기도 하고 요즘은 점점 배우자의 가족들과 ‘엮이는 것’을 저어하는 한국의 사회적인 분위기가 한몫 하기도 하니.


남편은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듣더니 뭐든지 적당해야 좋은 거라며. 가족들을 사랑하지만 우리 식구들은 투머치 하다고 어떻게 주말마다 모여서 밥을 먹냐며.. 이렇게 가끔 보는 것이 좋다던 . 대학교 졸업하고 한국으로 취업한 이유 중의 하나도 똘똘 뭉친 가족들과 거리를  두고 싶었던 것도 있다고 한다.



우리가 남프랑스에 있었으면 엄청 피곤했을 거예요. 주말마다 보자고 했을걸?
500km 정도 떨어져 있는   좋아요.

유럽에서도 남유럽(스페인/이탈리아)의 끈끈한 가족애는 유명하던데 내가 프랑스 파견 와있는 3년 동안 시댁 식구들이랑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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