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김현아 Sep 27. 2022

말이 통한 다는 것


나는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지인들이 넌 그렇게 바쁘면서 브런치며 블로그는 어떻게 운영하느냐고 물어보는데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니 말로 할 걸 글로 쓰는 것뿐이라 크게 부담되는 일은 아니다.


남편도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세상 과묵하지만 사실은 엄청 수다쟁이라 한 번씩 그의 입이 터지면 귀에서 피가 나올 것 같다. 그래서 보통은 그가 재잘재잘 수다를 떨고 나는 들으면서 아? 응? 그래? 정말? 이렇게 추임새를 넣는 편이다.


남편이 프랑스인이다 보니 우리 부부가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다. 거의 영어로 대화를 하고 간단한 말은 한국어로 하는데 요즘은 내가 프랑스어를 연습하려고 남편에게 이럴 때는 어떻게 말하냐고 자주 물어본다.


우리 둘다 디저트를 좋아한다

나도 남편도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대화를 하다 보니 한 번씩 답답할 때가 있다. 나랑 1살 차이라 같은 시대를 살았으니 미국의 팝컬처 영향도 많이 받으면서 자랐고 취향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어지간하면 '아 그래 그거' 이런 대화도 통하고 티키타카가 잘 되는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뭐랄까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거나 외국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때로는 한국어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그런 이야기를 할 때 한 번씩 아쉬울 때가 있다.


이를테면, 며칠 전에 넷플릭스에서 '국물의 나라'를 보았다. 에피소드 3개의 짧은 시리즈인데 국내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탕 맛집을 다니는 이야기다. 지역별 네임드 국밥 소개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런 걸 같이 봐도 프랑스 음식을 포함해서 국물 요리를 애초에 즐기지 않는 남편에겐 저게 그렇게 맛있어? 정도라, 추운 날 새우젓 조금이랑 땡초, 그리고 부추무침을 잔뜩 올려먹는 돼지국밥의 감동을 나눌 사람이 옆에 없다는 것이 영 안타까웠다. 한국 사람이라도 국밥을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외국인이라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 꼭 외국인 남편이어서 그렇다기보다는 요즘 타지에 나와있으니 더욱더 취향이 비슷한 사람이 그리워진 것 같다.  


또 얼마 전에는 추운 저녁에 임재범이 '이 밤이 지나면'을 90년대 젊은 시절에 부른 영상을 봤는데 아.. 뭐라고 해야 되지. 분명 그 시절에 나는 코찔찔이 초등학생이었는데도 뭔가 그립고 코끝이 찡해지는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남편이랑은 이런 감정을 나눌 수 없다는 것이 좀 아쉬웠다고나 할까.


그 와중에 장점이라고 하면 말꼬리 잡고 싸울 일이 없다는 것이고, 그래서 더욱더 말할 때 목소리 톤이나 어조에 신경을 쓴다. 말이 짧아지다보면 내가 툭하고 던진 말에 그가 상처받는 일이 왕왕 있어서 (그는 상처받았다고 피드백도 잘 주는 편이라) 톡톡 쏘는 말투로 악명을 떨쳤던 나도 말을 많이 부드럽게 하게 되었다.


결론은 말이 통하는 듯 안 통해도 장단이 다 있다.

작가의 이전글 로컬 농산물 구독하기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