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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Nov 04. 2022

긴 연휴를 보내는 방법

근교 소도시 나들이


지난 주말은 공휴일에 샌드위치 휴가까지 포함해서 4일간의  주말이었다. 20대를 돌이켜 보면 이런  연휴에는 4 5 정도 빡빡한 일정으로 가까운 제주도나 일본이나 어디 놀러 가느라 일찌감치 계획을 세웠. 프랑스로 오고 나서는 유럽 안에서는 비행기 타고 1시간이면 어디든   있으니 있는 동안 여기저기 자주 놀러 다니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그럴 계획이었는데..  


하지만 3마리 고양이를 모시고 사는 집사가 여행 다니기란 쉽지 않은 일. 어딜 가도 고양이들 걱정에 (집사들이 있거나 말거나 잘 지내지만) 맘이 편하지 않다 보니 어지간해서는 며칠 집을 비우는 계획을 잡지 않게 되었다.


다행히도 우리가 있는 론알프스 지방은 차로 1-2시간 정도 거리에 관광지가 많아서 (사실 프랑스 어딜 가도 근처에 관광지가 많다) 주말에 근교 소도시 구경을 가는 편이다. 여행도 자주 갈 때나 탄력 받아서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가게 되는데, 어딜 안 다니다 보니 차로 3시간이 넘는 거리는 1박을 해야 하니 좀 꺼려지고 결국 근처 가는데만 자주 가게 됨.


그러다 지난 주말엔 좀 긴 연휴라 평소보다 멀리 나가 보기로 했다. 최근 회사일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해서 동료들이 추천하는 샤모니 몽블랑(우리가 아는 그 몽블랑 맞다)에 다녀왔다.


일 년 내내 눈으로 덮여있어 몽블랑 (Mont-Blanc, 흰 산)이라고 불리는 이 산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국경지대이기도 해서 샤모니에 가까워질수록 교통 표지판이 프랑스어/이탈리어/영어로 표기되기 시작했다. 보통 프랑스 쪽에서 몽블랑을 가까이 보려면 샤모니 몽블랑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에귀 뒤 미디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방법이 있는데 우린 일정이 꼬이는 바람에 스파만 하게 되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트래킹도 좀 해보고 싶었는데 오전에 스파를 예약하는 바람에 해가 짧은 요즘은 일정이 애매해져서 트래킹은 다음에 하기로.


샤모니 몽블랑은 인구가 1만 명도 안 되는 소도시인데 유럽에서 유명한 관광지다 보니 일요일에도 영업하는 상점이나 레스토랑이 많았고, 오래간만에 날씨도 엄청 좋았어서 (맑고 따뜻했다. 10월 말에 20도라니..) 관광객이나 트래킹 하러 온 사람들이 진짜 많았다. 이 동네가 첫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곳이라 그런지 작은 시내에 온갖 스포츠센터가 들어서 있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눈 덮인 산을 보면서 스파를 하고 미리 예약해둔 건강한(?) 점심 식사를 하고 시내 구경을 좀 하고 복귀했는데 다음에 가면 1박 2일로 가서 오전에 트래킹을 하고 저녁에 스파하고 다음날 아침에 시내 구경 좀 하고 돌아오는 일정으로 가봐야겠다. 작지만 활기 넘치고 예쁜 마을이라 좋았던 샤모니.


나흘간의 연휴 중에서 하루는 이렇게 샤모니에 갔다 오고 나머지 사흘은 비가 오는 바람에 집에서 넷플릭스를 보면서 뒹굴뒹굴 했는데 이렇게 잘 쉬었건만 출근하자마자 두통 실화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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