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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Nov 19. 2022

친구가 필요해

사람 만날 일 없는 시골생활


난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서 한국에서는 이런저런 사모임이 많았다. 직장도 한 곳에서 10년 넘게 일하다 보니 퇴근하고 한잔씩 하거나 가족들한테도 말 못 하는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친한 동료들도 있었다.


프로세스가 눈에 훤하고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다 꿰고 있으니 일은 많아도 어려운 일은 없었던 마음 편한 날들. 그런 업무 환경을 뒤로하고 프랑스로 오고 나니 외롭긴 외롭다.


심심해서 퇴근하고 아이폰으로 누끼따봄..


잘 챙겨주는 동료들도 분명 있지만 선을 긋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내가 프랑스어를 잘 못하다 보니 나랑 이야기를 하려면 영어로 대화를 해야 하는 것이 아무래도 편하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이 들어 뭔가 쭈그러드는 날이 있는데 (나만 빼고 커피 마시러 간다던지)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내가 회의 때 너무 마이웨이였나? 이 얘기는 괜히 했나? 뭐 이런 생각을 곱씹게 되는 것이다. 요즘 내 업무가 점점 확장돼서 다른 부서 실적 검토까지 하고 앉았는데 그러다 보니 다른 매니저들한테 자꾸 싫은 소리를 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이러다 사람들이 기피하게 되는 건 아닌가 싶어 울적해지긴 했다. 일하러 온거고 친구만들러 온건 아니지만 그래도..


회사 밖에는 아는 사람도 없고, 동료들을 제외하면 인간관계랄 것이 없는 데다 해가 짧아진 이후로는 내내 집-회사만 반복하다 보니 울적해 진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프랑스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건 맞는데 하루 종일 회사에서 업무에 시달리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책을 펼치는 게 쉽지 않다.


주말에 너무 심심하다고 했더니 내 고충을 잘 알고 있는 다른 파견자가 다음 주말에 여럿이 만나서 노는 계획을 잡았다. 프랑스 생활 초반에 너무 시골에 자리 잡은 것이 아무래도 하드코어인 것 같기도.


그 와중에 시민 교육을 받으면서 만난 미국 사람들과 호주 사람들 덕에 기분전환이 된 것 같다. 다들 리액션도 좋고 엄청 나이스 한 데다 프랑스 생활의 고충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좀 나아졌다. 심지어 전화번호까지 교환함. 다들 좀 멀리 떨어져 살아서 교육을 마치면 다시 만날 날이나 있겠나 싶은데 그래도 회사 동료가 아닌 사람을 만나서 수다를 떨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남편도 ”시민 교육받으러 가는 거 걱정하더니 엄청 좋아하네요?“라며 리프레쉬해서 다행이라고.  헤헷 티 많이 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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