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나가면 한국어로 말하는 남편

한국패치가 너무 심하게 된 그

by 재이 페코


크리스마스를 코앞에 두고 남편과 나는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한 스트라스부르로 여행을 다녀왔다.


오랜만에 기차 타고 여행 간다고 눈누난나 했던 나와는 달리 남편은 출발 전부터 잔뜩 뿔이 나 있었다. 500km 떨어진 거리가 차로 가도 5시간인데, 기차를 타도 4시간이 넘는 것이다. 바로 가는 기차도 없어서 중간에 갈아타야 하는데 기차표 가격이 시작구간부터 목적지까지 가는 금액이 아니라, 중간에 갈아타는 지점까지의 금액 + 그곳부터 목적지까지의 금액이었다. 그래서 한국으로 치면 서울-부산 거리인데 인당 100유로..


금액이 비싸다고 해서 서비스가 좋거나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니다. 한 구간은 좌석이 지정되지 않아 되는 대로 앉아야 하는데 어떤 사람들이 2-3자리를 차지하고 누워가는 바람에 우리는 1시간을 서서 가야 했다.


이 순간부터 남편은 갑분 한국어를 시전 하기 시작함.


“여기 사람들 좀 보세요. 매너 없이 기차에 누워서 가는 사람이랑 옆자리에 음식 늘어놓은 사람도 있어요. 저 사람들 위험할 수 있어서 다른 사람들이 비켜달라거나 치워달라고 말할 수 없어요. “

(괜히 말 걸었다가 시비 걸릴 수 있으니 싹수가 노란 경우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말)


실제로 객차 내 직원이 저기 자리 있다고 통로에 서있는 사람들에게 들어가도 된다고 이야기했으나 다들 그녀의 눈을 피하면서 듣지 않았다.


어찌어찌 도착한 스트라스부르 역


관광객은커녕 동네 주민들과 마주치기도 어려운 깡시골에 사는 우리에게 인구가 30만 명인 스트라스부르는 정말 큰 도시였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도 정말 많았고. 예쁜 도시라 관광하기는 좋았으나 하필이면 이 즈음이 프랑스 철도회사인 SNCF가 파업을 하는 시즌이라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정말 고생스러웠다. 스트라스부르까지 가는 건 괜찮았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가 파업으로 80분 연기되어서 갈아타는 기차를 놓쳐버린 것이다.


“프랑스는 진짜 파업 때문에 망할 거예요 “


스트라스부르에 갈 때부터 기차 안에서 한국어로 욕을 하던 남편은 드디어 폭발하고야 말았다.


파업을 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회사에서도 대책 없이 손을 놓고 있으니 사용자들만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SNCF 말고 다른 철도회사도 없으니 국내이동이 많은 연말연시에 이렇게 악의적으로 (전략적으로) 파업을 해도 다들 별 수 없이 당하는 데다 다른 대안도 없다고. 실제로 여행 커뮤니티에서도 기차 파업 때문에 여행 스케줄이 꼬인 사람들의 사연을 많이 보았다.


첫번째 기차가 갈아탈 기차보다 늦게 도착한 ㅠㅠ


결국 남편은 열차지연으로 갈아타야 하는 기차를 놓치고 말았다. SNCF에서 남편처럼 막차를 놓친 사람들을 위해 뭔가 대책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목적지 도착 10분 전까지 아무 안내가 없어서 결국 콜택시 불렀다고.. (우리 집까지 €180가 나왔다) SNCF에 항의했더니 열차지연에 따른 보상으로 열차 바우처 쿠폰을 보내주었는데 단단히 화가 난 그는 6개월이 걸려도 환불받고야 말겠다고 이를 갈았다. (우체국 실수로 6개월 전에 물건 반품하면서 무료반품임에도 €60가 청구되었는데 아직도 환불받지 못했다)


정말 지긋지긋한 프랑스의 행정처리.




keyword
이전 12화히터가 고장 났는데 회사가 망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