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가 고장 났는데 회사가 망했다고?

히트펌프 고장 일주일째

by 재이 페코



남편은 계절감각이 좀 없는 편이다. 더워도 그러려니 추워도 그러려니. 대체 피부가 얼마나 두꺼운 것인지 모르겠지만 40도에 육박하는 여름도 불평 없이 잘 버틴 그는 겨울이 다가오자 춥다고 오들오들 떠는 내게 실내 가운과 수면양말을 건네며 말했다. "별로 안 추운데? 추우면 이거 걸쳐요"


분명 이 집 난방은 히트펌프가 책임진다고 했는데 이상하게 날이 추워지면서 집안 온도가 급속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체 적정온도가 얼마길래 이렇게 추워? 온돌까지는 아니라도 플로어 히팅 된다고 하지 않았어??" 그에게 재차 물어보았지만 자기는 별로 안 춥단다.



여기 따뜻하고 좋아


층고가 5m라 벽난로를 지펴도 집안이 크게 훈훈해지지는 않고 환기하려고 조금만 창문을 열어도 온 집안이 얼음굴 같다. 너무 이상해서 욕실에 있는 온도계를 확인해 봤더니 13도. 아니, 13 도면 야외 아니야??


온도계 좀 보라고 실내 온도가 이게 뭐냐고 남편을 닦달해서 히트펌프를 확인해 보라고 했는데, 지하실에 내려갔다 온 그가 하는 말. "고장 난 것 같아요. 돌아가는 소리가 안 들려. 온도 조절도 안되네요"


와.. 내가 지난주부터 춥다고 했는데 괜찮다더니 이거 봐라. 고장 났지 않냐! 내가 춥다고 했을 때 바로 확인해봤으면 우리가 일주일 동안 이 추운 집구석에서 달달 떨 일도 없었을 텐데!! 잔소리를 퍼부으니 그제야 집주인한테 고쳐달라고 연락을 하는 그.



한참 통화를 했다가 끊었다가 지하에서 히트펌프 확인을 하다가 또 통화를 하더니 조심스럽게 하는 말.


음.. 히트펌프가 고장 났는데, 이거 설치한 회사가 문을 닫아서 지금 당장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데.. 조금 기다려야 될 것 같아요 벽난로에 나무 넣을까?
일단 전기요라도 깔자.



따끈따끈

한국에서 바리바리 싸가지고 온 전기요가 고장 났는지 별로 따뜻해지지 않아서 결국 프랑스에서 하나 새로 샀다. 딱히 마음에 드는 전기요는 아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서 바닥에 붙어 생활한 지 일주일.


하루하루 온도는 떨어져 가고 비까지 와서 기분도 꿀꿀한데 히터는 언제 고칠지 모르는 상황이 너무 우울했다. 주변 동료들도 꼭 겨울에 히터 고장 난 다고. 보통 이런 경우는 기술자들 예약 꽉 차 있어서 사람 구하기 쉽지 않을 거라며 같이 걱정을 해주었다. 회사가 더 따뜻해서 집에 가기 싫은 게 말이 되나.


어제는 퇴근하고 체온이라도 올려보려고 동료들이랑 5km를 뛰고 집에 갔더니 고새 기술자들이 와서 히트펌프 고쳤단다. 무슨 부품이 없어서 100% 완벽한 건 아니고 일단 돌아가게는 만들어 놨다고. 하루 종일 히트펌프가 돌아가더니 집안 온도가 드디어 20도를 찍고, 바닥에서도 냉기가 올라오지 않았다. 병 걸릴 뻔했네. 그래도 이 예약 잡기 어려운 프랑스에서 일주일 만에 고친 게 어딘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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