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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Oct 17. 2022

프랑스 시골 주택살이 4개월 차

완전 시골


나와 남편의 로망은 중정이 있는 주택이다. 한국에서도 주택에서 살고 싶어서 한동안 주택만 보러 다녔었다. 그런데 창원의 주택가는 대부분 8-90년대에 똑같은 스타일로 옆집이랑 다닥다닥 붙은 형태라 우리가 생각하던 주택의 모습이 아니었고, 주택 필지가 좀 큰 동네에 가보니 잡지에 나올 것 같은 예쁘고 마당 넓은 집이 많았지만 금액대가 어마무시. 그나마도 집주인이 살기 위해 자기들 취향대로 지은 집이라 매물로 잘 나오지도 않거니와 우리 취향이나 통장 잔고와도 맞지 않았다.



집보러 온 날 보자마자 반해버린 주택
창밖에 보이는 나무도 단풍이 들고있다


“그럴 바엔 차라리 조금 시골로 빠지고 집을 짓는 게 좋겠다”로 결론이 났을 즈음엔 우리의 주말부부 생활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알 수 없어서 일단 먼 미래를 기약하게 되었다. 그러다 프랑스로 파견이 결정되어 번갯불에 콩 볶듯 프랑스 론알프스 지역으로 넘어오게 되었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주택 생활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막힌것 없이 탁 트인 뷰


관광지로 유명한 소도시 엑스레방의 아파트에서 살다가 작은 시골 마을의 주택으로 이사온지 4개월.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만족스럽다.


채광이 좋고 마당이 어마 무시하게 넓은, 단열이 잘 된 주택은 습하지 않으니 여름에도 그럭저럭 에어컨 없이 지낼만했고(한 일주일은 정말 힘들었지만 지난 기억은 희미해지기 마련), 겨울에도 기온이 크게 내려가지 않는다고 한다. 올 겨울을 지내봐야 알겠지만 가족들이나 지인들이 걱정했던 것보다 집을 관리하는 것이 그렇게 힘들지 않다.


고양이들도 바깥구경에 분주


이 넓은 마당의 잔디는 우리가 로베르토라고 이름 붙인 잔디 깎는 로봇이 24시간 알아서 잘라주니 딱히 걱정 없고, 애초에 집주인이 나무 아래에는 자동으로 물주는 시스템을 설치해서 몇몇 화분을 빼면 손이 갈 것도 없다. 이 지역의 주택들은 다들 빗물을 받아 집 지하의 물탱크에 받아뒀다가 정수해서 마당에 물 주는 데 사용하는데 나중에 한국에 주택을 짓는다면 이런 물탱크도 꼭 설치하고 싶다.


겨울에는 외부의 찬 공기로 실내의 기온을 높여주는 시스템이 돌아간다고 하는데 남편이 뭐라고 설명해주었지만 문과인 나는 당최 뭔 소린지 모르겠다. 그래도 들어가는 비용이 거의 없이 어느 정도 난방(한국의 보일러처럼 따뜻하지는 않고 20도 정도로 유지된다고 한다) 이 된다고 하니 한국에서처럼 겨울에 집안에서 반팔 입고 돌아다닐 수는 없지만 전기세 아끼고 좋지!


데크에서 요가를 하기도 하고 누워서 책을 읽기도 한다
날이 좋을 때는 마당에서 커피를


아파트 살 때처럼 옆집, 윗집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너무 좋다. 예전에 살던 아파트에서도 사실 아랫집이고 윗집이고 다들 양반이셔서 층간 소음으로 스트레스받는 날이 많지는 않았는데 여기서는 아예 옆집 사람들이랑 마주칠 일조차 희박하다 보니 진짜 좋다. 어떨 때는 이 마을에 우리만 사나? 뭐지 매트릭스인가?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조용한데, 새소리와 바람이 나무에 스치는 소리만 들리는 것도 힐링되고 (옆집에 개 짖는 소리는 좀..). 나 사람 좋아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뭐지 사람들 안 보니까 너무 좋음.


프랑스에서도 동료들이 기겁하는 깡시골에 살아보니 한국에 돌아가서도 시골에 주택 짓고 살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무럭무럭.


2층 침실을 사용하다 요즘은 1층에서 생활중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남편이랑 동네 한 바퀴를 돌았는데 동네에 양도 키우고 염소도 키우고 말도 키우고 소도 키우고 다들 넓은 정원인지 초원인지에서 여러 동물들을 키우는 것을 보니 나중에 우리 집에 넓은 마당이 생긴다면 잔디 관리 차원에서 양이나 염소 정도는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퇴근길에 만난 옆집 소들
염소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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