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 소도시 나들이
지난 주말은 공휴일에 샌드위치 휴가까지 포함해서 4일간의 긴 주말이었다. 20대를 돌이켜 보면 이런 긴 연휴에는 4박 5일 정도 빡빡한 일정으로 가까운 제주도나 일본이나 어디 놀러 가느라 일찌감치 계획을 세웠다. 프랑스로 오고 나서는 유럽 안에서는 비행기 타고 1시간이면 어디든 갈 수 있으니 있는 동안 여기저기 자주 놀러 다니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그럴 계획이었는데..
하지만 3마리 고양이를 모시고 사는 집사가 여행 다니기란 쉽지 않은 일. 어딜 가도 고양이들 걱정에 (집사들이 있거나 말거나 잘 지내지만) 맘이 편하지 않다 보니 어지간해서는 며칠 집을 비우는 계획을 잡지 않게 되었다.
다행히도 우리가 있는 론알프스 지방은 차로 1-2시간 정도 거리에 관광지가 많아서 (사실 프랑스 어딜 가도 근처에 관광지가 많다) 주말에 근교 소도시 구경을 가는 편이다. 여행도 자주 갈 때나 탄력 받아서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가게 되는데, 어딜 안 다니다 보니 차로 3시간이 넘는 거리는 1박을 해야 하니 좀 꺼려지고 결국 근처 가는데만 자주 가게 됨.
그러다 지난 주말엔 좀 긴 연휴라 평소보다 멀리 나가 보기로 했다. 최근 회사일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해서 동료들이 추천하는 샤모니 몽블랑(우리가 아는 그 몽블랑 맞다)에 다녀왔다.
일 년 내내 눈으로 덮여있어 몽블랑 (Mont-Blanc, 흰 산)이라고 불리는 이 산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국경지대이기도 해서 샤모니에 가까워질수록 교통 표지판이 프랑스어/이탈리어/영어로 표기되기 시작했다. 보통 프랑스 쪽에서 몽블랑을 가까이 보려면 샤모니 몽블랑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에귀 뒤 미디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방법이 있는데 우린 일정이 꼬이는 바람에 스파만 하게 되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트래킹도 좀 해보고 싶었는데 오전에 스파를 예약하는 바람에 해가 짧은 요즘은 일정이 애매해져서 트래킹은 다음에 하기로.
샤모니 몽블랑은 인구가 1만 명도 안 되는 소도시인데 유럽에서 유명한 관광지다 보니 일요일에도 영업하는 상점이나 레스토랑이 많았고, 오래간만에 날씨도 엄청 좋았어서 (맑고 따뜻했다. 10월 말에 20도라니..) 관광객이나 트래킹 하러 온 사람들이 진짜 많았다. 이 동네가 첫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곳이라 그런지 작은 시내에 온갖 스포츠센터가 들어서 있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눈 덮인 산을 보면서 스파를 하고 미리 예약해둔 건강한(?) 점심 식사를 하고 시내 구경을 좀 하고 복귀했는데 다음에 가면 1박 2일로 가서 오전에 트래킹을 하고 저녁에 스파하고 다음날 아침에 시내 구경 좀 하고 돌아오는 일정으로 가봐야겠다. 작지만 활기 넘치고 예쁜 마을이라 좋았던 샤모니.
나흘간의 연휴 중에서 하루는 이렇게 샤모니에 갔다 오고 나머지 사흘은 비가 오는 바람에 집에서 넷플릭스를 보면서 뒹굴뒹굴 했는데 이렇게 잘 쉬었건만 출근하자마자 두통 실화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