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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코 Jun 17. 2022

없으면 아쉬운 것들

대놓고 불편한 프랑스 생활



프랑스에 온지도 이제 두 달이 지났다.

처음엔 너무 정신없어서 아 그런가 보다 하고 지냈는데 좀 적응이 되었는지 한국에 살 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지내보니 영 아쉬운 것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디지털 도어록

프랑스 와서 좀 놀랐던 건 문 잠금장치가 거의 다 열쇠라는 것. 집 보러 남편이랑 여기저기 많이 다녔는데 어디서도 디지털 도어록을 본 적이 없다. 어쩐지 남편이 한국에 있을 때도 디지털 도어록은 문 따기 좋다고, 누가 들어와서 우리 고양이들 납치하면 어쩌냐는 흰소리를 심각하게 했었는데 (이 양반아.. 중성화된 먹보 고양이들을 대체 왜 납치해가겠누). 프랑스에 오고 나니 집 현관마다 열쇠로 여는 잠금장치를 두 개는 기본으로 달고 산다.


충격적인 건 안에서 열 때도 열쇠로 열어야 됨. 그래서 외출할 때는 다방이 필수. 덜그럭 거리는 열쇠 뭉치랑 폰, 차키까지..  너무나 귀찮지만 내 집도 아니라 도어록으로 바꿀 수도 없고 그냥 지내야 한다. 그리고 디지털 도어록을 어디서 팔 것 같지도 않음. 동료들한테 물어보니 디지털 도어록은 좀 불안하지 않냐며.


귀찮



새벽 배송, 배달음식들

퇴근하고 밥하기 귀찮거나 친구들이 들이닥쳐도 배달앱으로 터치  번만 하면  앞으로 배달되는 음식들이 있어 걱정이 없었는데,  먹고 싶은  있으면 새벽 배송으로  키트를 주문하면 되니 지금 돌이켜보면 한국은 정말 살기 편한 곳이었다.


인구 밀집도가 다르다 보니 파리나 마르세유, 리옹 같은 대도시면 몰라도 이 근처에는 우버 이츠조차 없음. 한국에 있을 때는 매일같이 중국음식이나 찜닭, 거기다 디저트까지 시켜먹느라 2인 가족 식비가 한 달에 100만 원에 육박했는데, 여기서는 주 1,2회 외식하고 식재료도 한국보다 싸다 보니 500유로 정도면 충분한 것 같다. 의도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식비를 아끼게 됨.




힙한 브런치 카페들

트렌드에 맞춰 인테리어를 잘해놓고 메뉴도 다양한, 인스타그램에 사진 올리기 좋은 그런 카페들이 없다.


파리에는 있을 것 같은데.. 이 근처는 비스트로에 가도 오전에는 커피나 음료만 팔고 식사는 12시에 가능한 경우가 많다. 처음에 여기 식사 시간 몰랐을 땐 남편이랑 오전에 산책 갔다가 저기 들러서 밥이나 먹고 갈까? 했다가 “여기서는 12시에 먹어요” 하길래 욕을 욕을 하고 돌아섰던 기억이.. 브런치 이런 건 없고, 점심 식사 주문을 받는 시간은 12시에서 2시 반 사이. 그 이후에는 문 닫고 쉬러 감. 그리고 저녁 식사는 자기들 열 고 싶은 시간에? 나도 12시 전에 먹고 싶다..


주말마다 치킨 시저 샐러드 먹으러 들르는 비스트로



24시간 편의점

사방이 조용해진 한밤중에 남편이랑 산책을 나갔다가 목이 마르면 음료수를 사먹고, 집 앞에 있는 편의점 맥주코너에서 무얼 마실지 한참을 고민하다 만원에 네캔짜리를 골라서 마시던 일상이 벌써 그립다. (맥주 가격은 여기가 훨씬 싸지만!)


한국에서는 정말 시골이 아닌 다음에야 골목골목마다 편의점이  개씩 있어서 편의점 신상 터는 재미가 있었는데 여긴 그런게 없다. 밤중에 배가 고프고 집에 먹을 것도 없으면 도무지 어찌할 바 없이 다음  6시에 빵집이 문을 열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그래서 냉장고에는 항상 비상식량을 쌓아두게 되었다. 요즘은 남편이랑 나랑   다이어트 중이라 저녁에 배가 고프면  마시고 치우지만 처음 왔을 때는 picard에서 냉동피자도 얼마나 맛있던지! 냉동실에 2,3개씩 쟁여뒀었음. 지금은 찬장에 한인마트에서 주문한 각종 라면이 잠들어있다. 아껴먹어야지!


비상식량



택시

 동네는 차가 필수라 차가 없으면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언덕도 많아서  같은 초보는 자전거로 어딜 가기가 쉽지 않다. 출퇴근 때문에 내가 차를 쓰다 보니 집에 있는 남편은 어디 한번 가려면 자전거를 타고 가거나 걸어야 해서 여간 불편한  아니다. 예전에 한번 집을 보러  일이 있었는데 내가 퇴근하고 집에 가서 남편을 픽업해서 가기는  거리가 있어서 남편한테 택시나 버스 타고 가라고 했더니 없다고..


마을마다 거리가 있는 데다 인구도 얼마 안 되고 대부분 자차로 다니다 보니 대중교통이 없다. 어쩌다 길에서 택시라도 보는 날에는 남편이랑 깜짝 놀라기도. “어머, 이 동네에 택시가 웬일이지?”


그래서 결국 남편이 오토바이를 사는데 동의했다. 두 달 전에 주문했는데 9월에 도착한다는 점이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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