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는 어디로 갔을까요
국제커플임을 커밍아웃(?) 하고 나면 이런 질문은 진짜 많이 받는다. '어머 프랑스인이라니! 로맨틱하겠다.' 심지어 국제커플들 사이에서도 북유럽이나 영미권, 독일계 배우자가 있는 사람들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 쪽 남편들은 로맨틱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럴 때마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가 로맨틱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남유럽 쪽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다정다감할 수는 있지만 결국은 케바케 아닐지.
사실 우리는 둘 다 좀 무미 건조한 편이고 내가 그보다는 좀 더 무뚝뚝한 편이라 로맨틱과는 좀 거리가 있는 커플이다. 생일 선물은 처음 데이트 할 때를 제외하고는 현금 또는 상품권으로 갈음하고, 결혼식을 한국에서 한 번, 프랑스에서 한 번 이렇게 두 번 했더니 매년 둘 다 헷갈려서 제대로 안 챙기고 지나가길 벌써 n년차.
올해 밸런타인데이에는 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가서 기분 좀 내보자고 했으나 구글 맵 검색만 몇 번 해보고는 구린 날씨를 핑계로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도 안 섭섭함. 만사 귀찮은 집돌이 집순이는 결국 2월 내내 고양이들 끼고 집에 있었다. 우리 진짜 너무 한 거 아니냐고 둘이서 낄낄.
온라인 포럼 돌아다니다 보면 생일/기념일 자꾸 잊어버리는 배우자/연인 때문에 큰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많던데 우리는 이렇게나 무덤덤하니 이런 일로는 싸울 일이 없다. ENTP인 나와 INFJ인 그. 우리 둘 성격이 이렇게나 다르지만 희한하게 맞는 구석이 있다니까.
오늘도 꿀꿀하게 퇴근하고 남편한테 회사일로 찡얼거렸는데 다정(?)하게 조언해 주는 남편.
”그지 발싸개 같아도 조금만 참아요. 뭐 여기서 천년만년 일할 거 아니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