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살다 보니 개를 보는 일이 많다. 우리 동네는 거의 다 마당이 딸린 주택이라 개를 많이 키우는데, 매일 개를 데리고 일정한 시간에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 이름도 나이도 모르지만 내적 친밀감이 생긴 경우가 좀 있다.
그러다 최근 새로 발견한 산책길로 가는 중에 개를 밖에서 키우는 집을 발견했는데, 사실 그 집뿐만 아니라 많은 집이 야외 견사를 두고 있어서 그러려니 하다가도 항상 밖에 혼자 오도카니 앉아있는 녀석을 보니 마음이 쓰였다. 그나마 줄로 묶어둔 건 아니고 현관 앞에 개집이 하나 있고 좁은 마당을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 어제 산책길에도 그 집 앞을 지나가며 집 앞을 정리하던 집주인들과 Bonjour 하고 인사를 하고 지나가면서 그 녀석을 봤는데 (비글인 듯)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닫힌 현관문 바로 앞에 꼬리를 말고 앉아있었다.
남편한테, 심지어 큰 개도 아닌데 저렇게 집 밖에서 키우는 거 좀 그렇지 않아?라고 했더니 촌사람들이라 사냥개는 그냥 가축이라고 생각할 거라며. 그나마 짧은 목줄로 묶어둔 건 아니라서 다행이지 않냐고 했다. 그 집주인들 얼굴 보니 일요일 아침부터 이미 눈 밑이 빨간 꼬락서니를 보아서 일상이 술인 사람들 일거라고 말해봐야 말도 안 통할뿐더러 학대하는 것도 아닌데 남의 집 개 키우는 거에 대해서 뭐라고 할 권리도 없다고.
사냥 시즌이면 차 뒤 철창에 사냥개를 3-4마리씩 싣고 다니는 사냥꾼들을 보는 것도 영 불편했는데, 날도 추운데 털도 짧은 개를 저렇게 밖에 두고 키우는구나 싶어 그 문 앞에 웅크리고 앉아있던 비글녀석이 온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기분 탓이었는지 심지어 좀 울적해 보이기도 했고.
직원들이랑 반려동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고양이를 키우는 직원들은 대부분 풀어놓고 키우는 마당냥이/외춞냥이 집사들이라 우리가 집 안에 두고 키우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오히려 우리한테 '고양이들 가둬서 키우면 감옥살이 같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하곤 하는데, 일단 집이 작지도 않거니와 집 밖은 도로라 차도 많고 여우도 다니고, 어디 가서 뭐를 주워 먹을지 모르는데 대체 어떻게 외출을 시키냐고. 동료들이랑 이런 대화를 하기 시작하면 서로를 이해 못 한 채로 대화가 끝나곤 한다.
그 이웃집 사람들한테도 개는 밖에서 키우는 게 당연한 그런 걸까? 그래도 집 안에 들어가게 해 주지 추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