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복수는 프랑스에서는 할 수 없을 거야
우리 집은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디즈니 플러스를 전부 다 구독한다.
유럽의 겨울은 정말 축축하고 우울하고 해도 빨리 떨어져서 퇴근하면 이미 깜깜하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시골에 사는지라 드라마 보는 것이 겨울의 유일한 낙이었다. 그래서 새 드라마가 나오면 어지간하면 챙겨 봤었는데, 시즌1이 나오자마자 난리였던 더 글로리는 볼까 말까 고민하던 차에 시즌2로 완결이 된다는 소리를 듣고 완결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몰아보기로 했다. 결국 지난 주말부터 사흘에 걸쳐 정주행을 했고, 16개의 에피소드를 순식간에 다 보고야 말았다.
더 글로리를 안 본사람을 위해 한 줄 요약을 하자면, 고등학생 때 학교폭력으로 몸도 영혼도 망가진 주인공이 18년 동안 기다려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남편은 한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학폭을 굉장히 예민하게 받아들이는데 본인 생각에는 이런 학폭 관련 드라마들이 너무 고구마 전개라는 것. 더 글로리뿐만 아니라 스위트 홈을 보면서도 그는 여러 번 열폭했는데 보통 학폭물이 그렇듯이 패턴이 비슷한 것 같긴 하다.
1. 부잣집 인성 빻은 망나니가 학교에서 약한 애(대부분 가난한)를 골라 괴롭힌다.
2. 피해 학생은 학교나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가해자의 권력으로 우야무야 된다.
3. 이제부터 피해 학생은 절치부심 복수를 위한 계획을 짜고 결국은 가해자들에게 정의의 철퇴를 내린다.
그가 폭발한 것이 바로 두 번째 포인트. 무력한 피해자와 의기양양한 가해자의 모습들이 그를 답답하게 하는 것이다. 유럽이나 영미권 같았으면 벌써 2번에서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만약 피해 학생이 이렇게 심하게 학교 폭력에 시달렸다면 이미 총으로 가해자들 다 쏴 죽이고 끝났을 거라고.
그래서 서구권에서는 더 글로리가 신기하게 보이는 걸 테고 우리랑 비슷한 문화의 아시아권에서는 더글로리 미투를 하고 있는 것 아니겠니. 요즘에는 학교폭력을 예전보다 더 심각하게 다룬다고 하던데 나는 학교를 졸업한 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고, 지인들의 애들은 아직 어려서 요즘 학교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씩 학폭 관련해서 올라오는 기사들을 보면 정말 소름이 끼친다. 예전보다 더 심해진 건지 아니면 예전보다 sns 가 활성화 되어서 더 잘 알게 되는 건지.
나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학생들보다는 부모입장에서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 곱게 키워 학교를 보냈는데 친구들한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 것인가.. 여러모로 여운이 남는 드라마였다. 남편은 답답하다고 했지만 한국인 기준에 고구마 구간은 심하지 않으니 아직 시청 전이라면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