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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코 Feb 24. 2023

칙칙한 일상에 핑크 더하기

자주 입는 색은 아니지만



최근에 라벤더색 크롭 재킷을 구매했다. 내가 좋아하는 색은 초록색 계열이라 옷이 카키색이나 초록색이 많은데 작은 소품도 아니고 재킷을 이렇게 튀는 색으로 구입한 건 정말 오랜만이다. 요즘 회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좀 받았더니 나한테 뭔가 선물을 하고 싶기도 했다. (셀프 선물은 자주 하는 편이지만)


분홍색 맥시 원피스를 사놓고 두어 번 입었던가. 살 때부터 자주 안 입게 될 걸 알면서도 기분 전환용으로 질렀는데 정말 입을 일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 분홍색 원피스도 스트레스 엄청 받았던 시기에 홧김에 사긴 했다. (열받으면 그냥 자자 쇼핑몰 들락거리지 말고..)


이걸 얼마나 자주 입게 될 것인가


최근 들어 말도 안 통하는 타지에서 일한다는 것이 녹록지 않다는 걸 부쩍 느낀다. 여기 온 지 초반 몇 달간은 허니문 시기라 사람들도 친절하고 새로운 업무 파악하는데 정신없어서 이 회사가 정말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잘 몰랐는데, 일이 손에 익고 나니 별게 다 거슬리기 시작했다.


자기 일도 아닌데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는 사람이 있질 않나. 프랑스에서는 15분 늦는 건 기본이라며 미팅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도 많고, 회의에 참석한다고 하고서는 나타나지 않는 사람까지.. 이런저런 사람들을 겪으며 나는 믿을만한 동료인지 나 자신을 한 번 되돌아보게 된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의 사업장 분위기는 어떤지, 또 프랑스의 다른 회사는 어떤지도 궁금해졌다.


남편한테 회사 이야기를 하면서 투덜거렸더니 한국에서보다 더 스트레스받는 거 아니냐며. 행복하지 않다면 당장이라도 짐 싸서 한국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일도 별로고 퇴근하고 나서 친구도 없이 우리 둘만 노는 것도 재미없으면 돈이고 뭐고 그냥 가자고(한국에서 맞벌이하다가 프랑스에서는 외벌이라 딱히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닌데).


무슨 소리야. 나는 중간에 그만두고 싶지는 않아. 그지 깽깽이 같아도 남은 2년 잘 버티고 실적 쌓아서 레쥬메 업그레이드해서 돌아갈 거야.


주재원 연장은 못할지언정 적응 못해서 중간에 포기하고 귀국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 남편한테 단단히 못을 박았다.


근데 조직이 좀 심하게 이상하긴 하다. 무슨 팀을 수시로 쪼갰다가 합쳤다가. 이거 하랬다가 저거 하랬다가. 어딜 가나 믿을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되었다. 조직변경이 코앞인데 나는 또 어떻게 되는 걸까. 그 와중에 올해 생각지도 못한 연봉인상이 있다고 하니 남편이 사과 70kg 사느라 저지레 한 구멍을 메꿀 수 있을 것 같다.


에효. 월급쟁이 인생 뭐 있나. 월급 받는 만큼 일하다가 때려치우고 싶을 때 비싼 거 하나 할부로 지르고 카드값 갚으려고 출근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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