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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Feb 09. 2023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

Don't let your emotions control you


최근 회사 생활이 굉장히 다이나믹했다. 한동안 시스템 변경으로 업무가 좀 정체되어 있었는데 한가한 시간이 지나자 폭풍 같은 업무(라고 쓰고 사고라고 읽는다)가 쏟아졌다.


몇 주전까지만 해도 회사에서 빈둥거리면서(머리는 일하고 있었다) 다음 달 계획 어떻게 짜지 이런 고민만 하다가 칼퇴근하는 생활이었는데 지랄 총량의 법칙이 회사업무에도 적용되는 것인지 갑자기 여러 이슈가 순식간에 쏟아졌다.


지금 일하는 프랑스 사업장에는 개선업무만 하는 팀이 따로 없는 고로 각자도생 해야 되는데, 어쩌다 보니 내가 온갖 이슈를 다 확인하고 다니는 상황이 되었다. 여기저기서 사고는 빵빵 터지는데 '일단 이번 케이스만 해결하자' 이런 식으로 발등에 불만 끄다 보니 상황이 n회차 반복되었고, 참다못해 내가 뒤지고 다니게 된 것이다. 이걸 보고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하는 것이렸다.


기분이 어떻다고?


그렇게 정신없는 와중에 내가 비자때문에 사무실을 하루 비워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그날이 무슨 날이었는지 온종일 사건사고가 터졌다. 대부분의 사고는 안타깝게도 휴먼에러였다. 실수는 사람이 했지만 애초에 프로세스가 거지 같아서 (그걸 프로세스라고 부를 수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실수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여하튼 나는 재발 방지에 포커스를 두고,


'최근 이러한 이슈가 있었는데 원인 파악을 해보니 부서 간 사일로(Silo, 부서간 장벽) 문제도 있었지만 포카요케(poka-yoke, 실수를 방지하도록 행동을 제한하는 것,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실수를 피하는 방법)도 안되어 있었다. 당장 시스템 개선은 어렵지만 일단 커뮤니케이션 문제도 있으니 정보 공유 채널을 확장하도록 하겠다'라는 이메일을 관련 담당자들에게 보냈는데 당황스럽게도,


'이거 내가 이미 말했지 않냐. 내 실수다. 더 이상 조사할 필요 없다'는 뚱딴지같은 이메일을 한 담당자에게서 받은 것이다. 심지어 내가 조사하던 케이스도 아니었는데..


어처구니가 없어서 '이건 그 케이스가 아니고 다른 케이스의 개선점에 대해서 이야기한 건데, 네가 말한 케이스는 우리 따로 미팅을 잡아서 이야기해 보자'라고 회신을 했다. 그러고 한 시간이나 지났나, 또 다른 이슈가 터졌는데 이번에야말로 나한테 메일을 보냈던 담당자의 실수였던 것이다. 심지어 이것도 그 담당자가 따지듯이 메일을 보냈던 그 케이스도 아니었다.


’이 문제 원인은 뭐냐, 어떻게 해결하면 되냐? 이 문제 영향받는거 리스트좀 공유해달라‘라고 요청했더니, 단답형으로 ‘그거 A야’ 라고만 회신이 왔다. 싸우자는 줄..?


본인이 생각해도 실수가 터지는 날이었는데 내가 헤집고 다니니 민망해서 그렇게 반응했겠구나 싶어서 더 파고들지는 않았는데, 대체 얼마나 많은 지뢰가 묻혀있는 거야..


Jamais deux sans trois
두 번 일어난 일은 세 번도 일어난다

프랑스에 와서 정말 많이 들은 말인데 이번 일에 딱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일은 일일 뿐이고,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도 할 수 있는건데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사람한테 그렇게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었나 싶어 좀 씁쓸했다.



교훈 : 지뢰옆에 다른 지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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