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빡치는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 하나
빵집마다 크로와상 가격이 다르다. 가게마다 크기도 모양도 좀 다른 편이긴 하다. 같은 동네에서도 가격 차이가 나니 다른 도시로, 특히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파리와 비교하면 크로와상 가격이 두 배까지도 차이가 난다.
최근 회사 근처 빵집을 하나 새로 뚫었는데 이 가게의 크로와상은 0.70유로 정도. 그렇다고 크기가 작지도 않다. AOP 버터에 유기농(BIO) 밀가루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좋은 재료로 만들어서 이 가격으로 파는데 남는 게 있다고? 싶을 정도. 젊은 제빵사가 운영하는 이 빵집은 작년 여름에 오픈했다던데 벌써 입소문이 나서 토요일에는 10시쯤 가면 이미 남아있는 게 하나도 없다 (6시 30분 오픈).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이 그렇듯이 같이 점심 먹는 동료도 빵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그는 사워도우 브레드를 좋아해서 근처 아티장(artisan, 직접 만들어서 파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장인들)에 대한 정보가 빠삭하다. 지난주 목요일에 우리의 신성한 점심시간을 침범한 글로벌 회의 때문에 요깃거리를 사러 갔던 그곳에서 그는 젊은 제빵사와 빵과 재료에 대해 한참을 토론했다.
젊은 친구가 빵에 대한 열정도, 실력도 대단한 걸?
옆에서 보니 빵에 대한 기준치가 높은 프랑스에서 빵가게를 한다는 것은 가업인 경우도 많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매일 6시 반에 오픈하려면 새벽부터 바게트와 크로와상, 다양한 사워도우 브레드와 페스트리를 준비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빵가격이 비싸지도 않다 (크로와상이나 바게트 하나에 1유로 남짓).
정말 빵에 대한 열정이 없다면 프랑스에서 제빵사로 살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많지 않은 수입에 그가 현실과 타협하고 그저 그런 재료로 그냥저냥인 빵을 만들지 않기를. 좋은 빵을 만들고 싶어 하는 그의 열정에 계속 불을 지펴주고 싶은 마음으로 난 이번주에도 한 봉지 가득 빵을 산다.
여기서 처음 먹어본 건 아몬드 배 타르트였다. 신선한 배와 아낌없이 들어간 버터, 그리고 아몬드의 맛이 잘 어우러지는 아주 맛있는 타르트였는데, 그다음에 먹어본 크로와상도 역시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보통 처음 도전하는 빵집에서는 크로와상이나 바게트부터 먹어보는 편인데(가장 기본적인 걸 못하는 곳에서 다른걸 잘 만들 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 여긴 처음 갔을 때 둘 다 없었다. 이런 경우 아무것도 안 사고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 날은 운수가 좋은 날이었던지 왠지 타르트가 먹고 싶었던 것.
직장 동료가 이 빵집에 갈레트가 맛있다고 해서 1월에 가봤었는데 우리가 너무 늦게 갔던지 항상 남아있는 게 없었다. 내년 1월에는 꼭 먹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