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묘 가정 집사의 고민
고양이를 여럿 키우는 집사다 보니 고양이들의 행동에 관심이 많다. 유명 수의사 유튜브나 방송을 보거나 책을 읽으면서 고양이들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을 하긴 하는데 우리가 제대로 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작년에 이사도 하고, 새 식구(티구)도 들어오면서 고양이들의 관계도 많이 변했는데, 티구가 아깽이 때는 그럭저럭 잘 지내던 녀석들이 티구 덩치가 커지면서 점점 모모의 대장자리에 도전을 하는 건지, 놀자고 하는데 방식이 과격해서 모모가 싫어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둘이 싸우는 빈도가 잦아졌다.
그래서 남편과 유튜브로 이런저런 팁도 찾아보고 고양이들의 심신을 안정시켜 준다는 펠리웨이도 켜두곤 했지만 별 효가가 없던 차에 우연히 옆 동네에 고양이 행동치료 전문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뭔가! (농장에 고기 사러 갔다가 남편이 혹시나 하고 농장주인에게 수의사 말고 행동교정이나 이런 거 하는 사람 아냐고 물어본 것) 다행히 근교 도시에 전문가가 몇 있었는데 여러 군데 전화를 해보고 방문 상담을 예약했다.
방문 상담은 두 시간 정도 진행되었고 이런저런 팁을 알려주었는데, 우리 집은 고양이들을 잘 케어하는 편이라고 했다. 다만 개선하면 좋은 점을 몇 가지 알려주었다.
대형 화장실 OK, 다만 구석진 곳이 아닌 사방을 살필 수 있는 곳에 두기
화장실 개수는 고양이 +1, 우리 집은 3마리이니 4개의 화장실이 적정하다는 것
실내에서 키우는 경우 사료는 항상 그릇에 두는 것보다 먹을 때 좀 노력해야 먹을 수 있도록 바꿀 것 (고양이 놀이 도구에 사료 두기)
한 번에 너무 오래 놀아주지 말고 하루에 두 번 정도 나눠서 짧게 놀아주기
티구와 모모가 사이좋게 쉬고 있을 때 간식 주면서 좋은 기억 만들어 주기
장난감 항상 늘어놓지 말고 숨겨뒀다가 놀 때만 꺼내기
프랑스에서는 한국만큼 큰 고양이 화장실을 구하기가 어려운데,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에서 큰 화장실 챙겨 오길 잘한 것 같다. 보통 모모가 쉬고 있을 때 티구가 가까이 가서 싸움을 거는 일이 많아서 티구가 가까이 가려고 하면 우리가 장난감을 흔들어서 관심을 끌곤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예전보다 좀 덜 싸우는 것 같기도 하다.
치치는 여전히 둘째, 셋째한테 관심 없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까칠한 공주님이라 별로 손이 안 갔는데, 최근 들어 신경 써서 자주 놀아줬더니 확실히 사냥놀이 반응이 좋아졌다. 예전에는 낚싯대를 흔들어도 시큰둥하더니 티구의 에너지가 옮은 건가. 요즘에는 아깽이 시절보다 더 신나게 낚싯대 쫓아다님.
고양이 행동치료 전문가랑 상담하고 큰 소득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대부분은 이미 아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만 하고 있었던 걸 전문가 입으로 확인받고 나니 좀 더 확신이 생겼다. 우리가 고양이들 제법 잘 키우고 있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