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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May 08. 2023

뭐지 이 정체불명의 한식은?

파리에서 먹은 비빔밥


요즘 파리에서 한식이 핫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K-pop과 넷플릭스 드라마의 인기에 한식도 유행이라던데 역시나 구글맵으로 검색을 해보니 한식당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오래간만에 파리나들이를 했는데 시골마을에선 남이 해준 한식 따위는 먹을 수가 없으니 오랜만에 혼자 호사를 누려 볼까! 하고 바스티유 역 근처에서 Korean restaurant으로 검색을 해보았다. 짐을 이고 지고 오래 걸은 터라 너무 멀면 근처에서 샌드위치나 먹을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한식당(?)들이 제법 있었다.


구글 평점 4점이 넘는 가게가 근처에 있길래 이거다! 하고 들어가 보았는데, 세상에.. 가게에 한국인 손님도 없고, 메뉴가 전부 불어에 비빔밥 메뉴와 포케가 함께 있을 때부터 예상을 했었어야 하는데. 하필이면 요즘 한 참 이야기 되고 있는, 파리에 우후죽순 생겨난다는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한식당의 탈을 쓴 곳이었던 것이다. 어쩐지 한국말로 주문하는데 못 알아들을 때부터 좀 수상하더라니.. 처음엔 중국인을 알바로 쓰나? 이상한데?라고 생각을 했는데 한 참 그들이 하는 대화를 들어보니 직원이고 사장이고 싹 다 중국인이었다. 


응??


닭고기 돌솥비빔밥을 주문하고 받은 요리는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닭강정이 올라간 비빔밥이라니, 신박한걸? 곁들여 나온 고추장도 아닌 정체불명의 소스는 좀 이상했고, 애호박이 아닌 생오이가 들어간 비빔밥은 아무래도 좀 이상하긴 했지만 의외로 맛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내가 먹고 싶었던, 내가 아는 그 맛은 아니었지만 감자랑 고기, 빵에 지친 일상에 이 정도가 어디가 싶었던 것. (하지만 이럴 바엔 그냥 내가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것이 낫겠다)


예전에 시드니에 살 때는 한국인이 하는 초밥의 탈을 쓴 김밥집들이 그렇게 많았는데, 파리에서 중국인이 운영하는 한식의 탈을 쓴 한식집이 이렇게 많아지다니. 그만큼 한국의 문화가 힙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한식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이렇게 엉터리 한식을 먹으면서 '아 이게 한국의 맛인가'라고 생각할까 봐 걱정이 되긴 한다. 진짜 비빔밥은 이런 맛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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