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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May 14. 2023

아름다운 파리에서의 불쾌한 기억

효도관광 - 파리 편


센강 투어하먄서 본 에펠 탑


엄마와 동생을 파리에서 만났다. 일주일 일정으로 프랑스에 왔는데 내가 살고 있는 시골은 정말 할 게 없어서 파리에서 주말을 보내고 내려가자고 이야기를 해둔 참이었다.


금요일 저녁에 파리에 도착해서 일요일 오후 늦게 샹베리에 내려가는 이틀간의 일정이니, 볼 거 많은 파리에서 뭐를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파리는 처음인 엄마를 위한 일정으로 정했다.


첫째 날 : 호텔 근처에서 저녁 먹고 취침

둘째 날 : 오전 루브르 박물관 가이드 투어, 오후 센강 크루즈 투어

셋째 날 : 호텔에서 느긋하게 체크아웃 한 뒤 오후에

봉마르쉐 백화점 쇼핑 후 기차역 이동


루브르 입구 유리 피라미드 - 오전 9시 전에 가야 사람이 적다


운 좋게 루브르 박물관 한국인 가이드 투어를 예약할 수 있었고 (마감이 빨리 되는 편), 파리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루브르 박물관의 베스트만 뽑아 3시간 동안 관람을 했다. 그냥 둘러봤으면 다 같은 조각상이고 그림이었을 텐데 문화적 역사적 배경 설명을 곁들이니 3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함무라비 법전이니,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니, 그리스 로마 신화와 르네상스 문화니 이런 것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잊고 살았건만. 무미 건조한 직장인의 일상에 한줄기 빛과 같았던 박물관 투어.


모나리자는.. 생각보다 훨씬 작았고, 그 앞은 미어터졌다.


한 작품을 30초씩만 봐도 소장품을 다 보려면 3주가 걸린다는데 나머지는 다음을 기약하고(!) 동생친구가 추천해 준 근처 식당에서 맛있게 점심도 먹었다.


잘 보고 잘 먹고, 호텔로 걸어와 낮잠을 잔 우리. 잠깐 눈 좀 붙인다는 것이 그만 4시간을 자버린 것..


토요일 센강 크루즈 승선권을 예매해 놨는데 내일 가면 안 되겠냐며 늑장을 부리는 동생을 두들겨 깨워서 길을 나섰다. (파리까지 와서 잠만 자다 갈 테냐!!)


옛 기차역이었던 오르세 미술관


일몰 시간이 9시 반이라 8시 크루즈를 탔는데도 주변이 환했고 바람이 좀 쌀쌀하긴 했지만 한국어 안내방송도 나와서 아 이런 게 있구나 하고 짧게 둘러보기 좋았다. (한강도 유람선이 있을 텐데 센강에 비하면 한강은 강폭이 넓은 데다가 강가에 아파트만 잔뜩 있으니 탄들.. )


70분간의 크루즈를 마치고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좀 걷다가 우버를 불렀는데 재수 없게도 알찬 하루의 마지막을 거지같이 장식한 것이다.


우리는 세명이라 여태 한 사람이 운전자 옆에 타고 둘은 뒷좌석에 타고 이동을 해 왔는데, 이 날 저녁에 부른 우버 드라이버는 내가 앞에 타려고 하니 뒤에 앉으라는 것이 아닌가.


”아니 mais, 우리는 셋인데? on est trois? “

“응oui. 뒤로 가 á l’arrière”


뒷자리에 세 명이 끼어 앉을 수 있기는 했다. 안전벨트도 세 개가 있으니. 이미 해도 졌고 인적도 드문데 여기서 드잡이질을 할 수는 없으니 일단 알았다 하고 뒤에 탔는데 영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호텔에 도착해서 남편이랑 통화하다가 우버 드라이버가 영 싹퉁바가지가 없더란 이야기를 하니, 팬데믹 때 안전문제로 앞자리에 승객 태우는 것이 금지되었긴 한데 그거 아니라도 파리에는 워낙 미친놈들이 많아서 옆자리 앉혔다가 공격받을 수도 있고 여하튼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서 조수석에 사람 안태우는 기사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해는 했는데, 이런저런 설명이라도 해주고 뒤로 가라고 할 것이지. 여하튼 말뽄새가 영 예의가 없었으므로 별점 하나 주고 말았다.


호텔 근처에 힙한 레스토랑이 많았다


시골에서 고작 일 년 살았을 뿐인데 파리 2박 3일 나들이에 영혼이 탈탈 털린 느낌. 조용하다고 투덜거렸던 시골이 그리워질 줄이야. 한 달 동안 동네에서 마주친 사람보다 첫날 호텔 주변에서 마주친 사람이 훨씬 많았으니 역시 파리는 파리다.


여기서 살기는 좀 그래도 이렇게 한번씩 가서 바람도 쐬고 사람구경도 하고 쇼핑도 하는 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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