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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Jun 08. 2023

중세 프랑스 체험

중세 테마 축제에 다녀왔다



여름이 왔다.

봄도 좋았지만 비가 자주 내려서 해가 쨍쨍한 날이 많지 않았다. 그것도 하필이면 주말마다 두 달 꼬박 비가 왔다.


프랑스에 3년 계약으로 와있는 나에게 여기 있는 동안 많이 다니라며 주변 동네 축제가 있으면 알려주는 동료가 있다. 지난주에는 매년 5월이면 앙디이Andilly 에서 중세 테마 축제가 있으니 꼭 가보라고 알려주었다. 이런 걸 좋아하면 서쪽 해안가에 Puy du fou라는 큰 규모의 테마파크가 있으니 가보라는 말과 함께. 찾아보니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프랑스를 떠나기 전에는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동쪽 끝에 사는 우리가 서쪽 끝으로 가려면 8시간은 운전해야 될 것 같지만.


Andilly에서 열리는 중세 축제는 역사가 좀 있는 축제 같은데 지역 사람들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도(특히 영국) 제법 많았다.


시람 많으니 조심하라던 동료들의 말을 듣고 좀 걱정하긴 했지만, 내가 누군가. 사람 미어터지기로는 손꼽히는 한국에서 온 사람이라고. 소싯적 온갖 뮤직페스티벌을 찾아다니던 연륜이 있으니 사람 많은 데는 면역도 있어서 괜찮겠지 하고 갔는데도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지만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지는 않았다. 주차장이 여러 곳에 나뉘어 있고 공원까지 접근하는 경로가 많다 보니 차도 안 막혀서 사실 좀 놀랐다. (한국 같으면 들어가는데 한 시간 나오는데 한 시간 잡아먹었을 텐데)




입장권은 성인 28유로. 대부분은 자원 봉사자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구경 온 사람들도 중세 코스튬을 많이 입고 와서 완전 축제 분위기였다.


중간중간 공연도 많고 (영국-프랑스 백년전쟁, 말 탄 기사들의 결투 등), 다양한 푸드코트나 중세 소품가게등 볼 것이 많아서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왕좌의 게임에서 볼법한 활을 파는 곳도 있었는데 덕후들이 모여서 들어보고 질문도 하고 ‘이거 컴파운드 보우인가요? ’ 컴포짓 보우를 말하는 것 같은데 ‘ 그 사이에 껴서 나도 활을 한 번 당겨보기도 했다.


예전에 나를 예뻐해 주셨던 직장 상사를 따라 국궁장에 간 적이 있었는데 국궁은 활을 당기는 것도 엄청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하던데 양궁은 (사실 그렇게 제대로 된 활도 아니었으리라) 빡빡하긴 하지만 당길만 했다. 어린이용 활과 끝이 뭉툭한 화살을 양손 가득 들고 귀가하는 애들을 보니 솔깃하다가도 220유로짜리 장난감활을 뭐 하겠냐 싶어 그냥 왔는데 마당도 넓은데 사 올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내년에도 생각나면 사자)


오후에 갑자기 비가 내려서 하이라이트인 녹턴은 못 봤지만 기사들의 창 결투는 볼 수 있었다. 동물들 데리고 하는 서커스는 싫지만 여기서는 말은 그냥 기수를 태우고 달리기만 하고 사람들이 묘기를 부리는 것이어서 마음 불편하지 않게 잘 보고 나왔다.


백년전쟁을 테마로 한 미니 전투에는 실제로 참전했던 Andilly 영주의 이야기도 섞여있었다. 지역민들의 애향심까지 고취시킬 수 있는 아주 바람직한 구성.


다 보고 나오는데 남편 말이 20년 전이랑 레퍼토리(영주가 전쟁 중 실종됨 - 성을 차지하기 위한 다른 영주들의 암투로 기사들 결투 - 모두가 지쳤을 때 반칙으로 흑기사의 등장 - 실종되었던 영주가 돌아와 상황 해결)가 똑같다며. 남부에서는 이런 축제가 있으면 이슬람교도들이 침략한 설정으로 공연하는데, 요즘에는 남부에 이민자들이 많아서 대놓고 무슬림의 침략이라고는 안 하고 그냥 크루세이더들의 이야기를 한다며. (아니 그게 그거 아니냐)



사람들 많은데 다니는 걸 싫어하는 남편도 오래간만에 재미있었다고. 그 와중에 남편은 자기는 다음에 코스튬 입고 싶다며 크루세이더 풀 아머가 사고 싶다길래 영혼 없이 ‘응’ 하고 말았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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