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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Jul 19. 2023

고양이도 집사를 사랑합니다

강아지만큼 대놓고 표현은 안 하지만요


유튜브에서 강아지와 개의 반응을 묘사한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공연을 본 적이 있다. 열정적으로 사람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강아지와 사람들을 같이 사는 룸메이트 취급하는 고양이들. 남편과 나는 보면서 진짜 우리 집 고양이들 하는 행동이랑 똑같다며 빵 터졌다. 무심한 듯 시크한 녀석들.


엄마만 좋아하는 티구

우리 집 고양이들을 애교가 많은 순으로 순위를 매기면


1. 모모 (남편에게만)

2. 티구 (나한테만)

3. 치치 (??)


남편을 볼 수 있는 자리에서 자는 모모


치치는 아기 고양이 일 때는 개냥이가 될 것 같은 느낌이 왔다. 이름 부르면 도도도 달려오고 항상 내 발을 씹으며 놀았다. 하지만 점점 자라면서 집사들이랑 거리를 좀 두기 시작하더니 사람들이 만지는 것 자체를 싫어하게 되었다. 아깽이 때부터 손을 좀 태웠어야 했는데 스트레스받을 까봐 건드리지 않은 것이 화가 되었나 싶다.


간식 먹고 싶을 때만 애교 뿜뿜

“그럼, 안 만지면 그만 아니냐”


그게 또 그렇지가 않다. 집에서야 사람이 만지는 것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자기 편한 대로 지내면 그만이지만 문제는 병원에 가야 할 때다. 집에서는 세상 젠틀하게 살랑거리면서 돌아다니고 손님들에게도 곧잘 아는 척을 하는 치치가 낯선 환경에서는 말 그대로 맹수가 돼버린다.


“으르르르릉.. 캬아!!”

“고양이가 너무 예민해서 진료를 볼 수가 없네요. 안정제를 처방해 드릴 테니 다음에는 미리 먹이고 오세요”


하아.. 세상 조용한 치치가 병원만 가면 괴수로 돌변한다.

만지지 말라고 밀어내는 치치.
치치는 짜증나면 발톱이 나옵니다


안정제라니.. 고양이에게 이런 약을 먹이는 것에 죄책감도 들고, 세상 얌전해서 병원에서도 구경하느라 정신없는 모모를 보면 아기 고양이때부터 자주 만져준 것 덕인지 아니면 애초에 치치랑 성향이 다른 건지 궁금해진다.


아플 때는 병원도 데려가야 하고, 알약도 먹여야 하고, 발톱도 잘라줘야 하고 양치도 시켜야 하는데 고양이들이 싫어하는 것도 어쩐지 집사들 잘못인 것 같다.


이렇게 사람들이 만지는 걸 싫어하고 무심한 치치를 보면서 남편은 치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곤 한다.


배는 보여주지만 만지라는 말은 아님


그래도 나는 치치가 집사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멀리 앉아 있어도 시선은 집사를 향해 있고, 우리끼리 주방에서 요리를 하거나 자기한테 관심이 없어 보이면 귀신같이 와서 우리 다리에 머리를 박치기하고 몸을 비비곤 한다. 또 집안에서는 우리한테 관심 없는 척 멀찌감치 앉아 있지만 우리가 마당에 나가 있으면 문 앞이나 캣티오에 매달려서 애옹애옹 하고 우리가 들어갈 때까지 줄기차게 운다. 이런 츤데레 같으니!

빨리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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