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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코 Jul 03. 2023

아빠는 동물이 싫다고 하셨어

아빠와 고양이 둘


인터넷을 떠돌아다니는 '동물 싫어하는 아빠'의 짤들을 보면서 낄낄 거릴 때가 있었는데 그게 우리 집 이야기가 될 줄이야.


릴리와 라라


친정에는 내가 회사에서 구조해 데려다 놓은 고양이 두 마리가 있다. 두 녀석은 동배는 아니지만 둘 다 암컷이라 자매가 되었다. 우리 집은 딸만 둘인데 나와 동생 둘 다 20대 중반쯤 취업하자마자 독립을 했다. 이렇게 우리가 떠나고 적적한(내 생각에) 엄마 아빠에게 새 가족이 생긴 것이 불과 2년 전이다.


내가 회사에서 구조한 고양이를 다른 집으로 입양 보내기 전까지 친정에 임시보호를 부탁했었는데 아빠가 고양이와 정이 담뿍 들어서 그냥 입양하기로 하신 것.


아빠무릎
엄마무릎


부모님이 고양이를 키우고 난 뒤로 친정에 갈 때마다 이런저런 변화가 생겼다. 여느 부모님들처럼 친정에서는 겨울에도 보일러를 잘 안 틀어서 항상 좀 추웠는데, 부모님들이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가 된 이후로는 혹시나 라라와 릴리가 추울까 봐 난방을 얼마나 하시는지..


“엄마. 내가 춥다고 할 때는 긴 옷 입으라더니.. 애들 털코트 입은 것 좀 봐. 춥겠냐고 ㅋㅋㅋ“


아빠가 새벽에 공부할 때는 그 앞에 누워 있는 애들
또 아빠무릎

갈 때마다 새로운 장난감이나 스크래처가 생긴 건 당연한 일이고. 지난겨울 크리스마스 휴가 때 한국에 들어갔더니 친정 거실에 못 보던 매트리스가 깔려 있었다.


“아니, 이건 뭐여?”

“아 느그 아빠가 거실에서 고양이들이랑 같이 잔다고 매트리스 깔았다”

“왜?”

“안방에서 자면 애들이 자꾸 왔다 갔다 하니까 엄마가 잠을 잘 못 자서”


심지어 그 매트리스마저 애들한테 빼앗기고 기어이 바닥에..


작년 초에는 라라가 아파서 응급실 입원을 했었는데 정초부터 초상집 분위기가 따로 없었다. 뭘 잘못 주워 먹어서 뱃속에 이물질이 있었던지 열이 나서 며칠간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고 한다. 엄마 아빠가 약을 겨우겨우 먹여가며 병시중을 들었다. 라라가 완쾌한 이후로는 애가 뜯어먹을 수 있는 종이로 된 스크래처는 다 갖다 버리고 러그로 바꾸기도 했다.


나중에 엄마 말로는 라라가 입원했을 때 아빠가 울었다고..  아빠가 예전엔 동물한테 관심이 하나도 없었는데 이렇게 변하다니.


귀여워 ㅋㅋㅋㅋ


며칠 전에는 엄마가 사진 합성하는 걸 배우셨는지 가족 단톡방에 아빠가 공유한 고양이들 사진을 합성해서 다시 공유해 주셨다. 그러고 보면 단톡방이 온통 고양이 이야기.


벽지 좀 뜯어도 좋으니 건강하기만 해라 요 녀석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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