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축제
7월과 함께 프랑스의 바캉스 시즌이 시작되었다. 학교의 여름방학은 이번 주말부터 9월 초까지, 직장인들도 7월 또는 8월 한 달간 여름휴가를 떠난다.
우리 회사는 8월에 생산 라인을 3주간 세우기 때문에 사무직도 의무적으로 2주는 이 시기에 휴가를 써야 한다. 사람들이 미어터지는 여름휴가 시즌에 나도 같이 쉬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규정이 그러니 어쩔 수가 없다.
애가 없는 우리는 학교 방학 시즌이 시작된 것도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일요일 아침부터 카약을 타러 나갔다가 호수 입구부터 꽉 막힌 도로를 보고 돌아 나와야 했다. 진작 배를 살 걸 그랬다며 툴툴거리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뭔가 평소와는 달라 보였다.
가로수에 노란색, 초록색, 빨간색 땡땡이로 장식된 리본들을 보고 뭐지 뭐지 했더니 남편이 투르 드 프랑스 코스라는 표시라고 한다.
“Ici passe라고 붙어있는데 뭐가 지나간다는 거야?”
“아! 투르 드 프랑스 코스라는 말이야. 여기로 지나가는구나.”
우리 둘 다 자전거에는 관심이 없으니 알게 뭔가. 그래도 다음 주에 혹시 시간이 된다면 구경 나오기로 했다.
“미어터지겠지?”
“응. 분명히 미어터질 거야”
그러고 보니 지난주 주간 업무 회의 중에 투르 드 프랑스가 우리 지역으로 지나가는데 그 기간에 차량 통제가 있을 거란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그리고 코스가 공개되면 아마추어 선수들이 그 코스를 따라 자전거를 탄다고 한다. 아무래도 주말엔 더 심한 것 같은데 실제로 오늘 도로에 차보다 자전거가 더 많았다. 하지만 빵빵거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Grand Colombier는 제법 높은 산인데 저길 자전거 타고 간다고?? 저긴 걸어서 등산하기에도 제법 어려운 코스라고 들었는데.. 근데 이 코스가 가장 힘든 코스도 아니라니. 운동선수들은 대단한 것 같다.
여긴 피레네 산맥이나 알프스처럼 유명하진 않지만 정상에 오르면 제네바 호수와 몽블랑까지 볼 수 있는 곳이다. 동료들이 극찬했는데 다음 주말에는 꼭 가보기로 했다.
여하튼, 프랑스의 도시 사람들이 휴가 시즌이 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골로 쉬러 온 다는 것을 알았고, 우리 장비가 없으면 이런 시기에 덤터기 쓰기도 좋다는 것을 깨달아 여름동안 주말 액티비티를 위해 스탠드업 패들을 주문했다.
이제 아침에 일찍 일어날 일만 남았다!
투르 드 프랑스란?
프랑스에서 매년 7월, 3주간 열리는 로드 사이클 경기. 1903년부터 세계 1차, 2차 대전으로 중단된 것을 제외하면 매년 치러진 유서 깊은 경기다. 3,500km에
달하는 거리를 21개의 스테이지로 나누어 23일간 달린다. 팀 전으로 8명의 선수들로 구성된 22개의 팀이 경쟁한다. 팀으로 진행되는 경기지만 우승 선수는 대회동안 누적된 기록을 바탕으로 결정된다.
독특하게도 경기 중 선수들이 입고 있는 저지로 성적을 알 수 있다. 각 구간마다 입상 선수들에게 저지가 수여된다.
노란색 저지 : 전체기록에서 선두를 차지하는 선수
초록색 저지 : 각 포인트 구간에서 가장 많은 포인트를
획득한 선수
땡땡이 저지 : 산악 구간의 우승자
흰색 저지 : 25세 이하의 선수 중 가장 빠른 선수
추천 : 넷플릭스 [투르 드 프랑스 - 언체인드 레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