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헴
어제 근무 중에 남편한테 카톡을 받았다.
“우리 결혼기념일 깜빡했네.”
“헐”
“맞아! 내년은 5주년이야. 그러니까 잊지 말자..”
우리는 한국이랑 프랑스에서 두 번 결혼식을 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깜빡하는 경우가 있어서 처음 했던 결혼식을 기념일로 하기로 정했다. 바로 5월 25일. 그런데 그걸 5월도 아니고 6월도 아닌, 7월 중순이 되어서야 기억하다니. 심지어 나는 남편이 이야기해 주지 않았으면 까맣게 잊어버렸을 것이다. 아니 이럴 수가 있나!?
”뭐 이미 지나간 건 어쩔 수 없지. 이번에 스탠드업 패들 산 걸 결혼기념일 선물이라고 치자. “
“…”
남편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날 한참 응시했다.
“로맨스가 죽었네..”
“아니, 둘 다 잊어버렸는데 어쩌자고 ㅎㅎ“
사람들이랑 같이 운동하는 걸 좋아하는 나와 다르게 남편은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은 최소한으로 하고 싶은지라 우리가 함께 취미생활이나 운동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우리가 연애할 때는 헬스장도 잘 다니던 그가 왜 결혼하고 나서 같이 헬스장 가자고 하니까 싫다는 건지.. 겨우겨우 체형 교정을 핑계로 필라테스를 같이 다니기 시작했다. 그의 자세 교정 효과도 제법 좋았고, 같이 뭔가를 함께 하는 것이 좋았는데 이런 시골에서 필라테스를 다닐 수 있을 리가. 성향도 취미도 다른 우리의 공통 관심사는 고양이들 뿐이었다.
몇 주전에 남편을 꼬셔서 카누를 타러 갔었는데 남편이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라서 패들에 도전해 보자고 했다. 새로 산 스탠드업 패들에 수동 펌프는 첫날부터 우리를 지치게 했지만 전동 펌프가 있으면 훨씬 나을 것 같아서 하루 만에 전동 에어펌프도 구매했다. 나는 새로운 걸 할 수 있어서 좋고, 남편도 물 위에 떠 있으면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아서 좋으니 윈윈!
이렇게 졸지에 결혼 4주년 기념 선물이 된 패들.
우리가 함께 오래도록 취미생활을 할 수 있길 바라며 :)
이번 여름에 열심히 다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