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를 위해 일 년간 버텼다!
Je ne suis pas motivée.
난 의욕이 없어.
7월 마지막주는 여름휴가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어딜 가나 의욕 없는 사람들뿐이다. 우리 공장은 3주간 문을 닫고 직원들도 최소 2주는 이 기간 동안 휴가를 사용하게 되어있다.
난 연간 39일의 연월차를 쓸 수 있다. 처음엔 창원공장처럼 여름휴가와 내 휴가는 별도인 줄 알고 무척 좋아했으나, 알고 보니 휴가 기간에 내 연차를 소진하는 것이라 좋다 말았다. 그래도 눈치 보지 않고 3주는 연달아 쉴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장점.
휴가를 한 주 더 붙여서 한 달간 바캉스를 떠나는 직원들도 있다. 보통은 부모님이 사는 곳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 벨기에, 이탈리아, 코르시카, 브라질 등등 휴가지도 다양하다.
휴가 시작 전 목요일에는 팀 사람들과 바비큐 회식을 했다. 장소는 작년과 동일하게 호숫가 옆 바베큐장. 올 초에 새로 온 매니저들이 좀 있어서 장소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회식 공지 메일에는 ‘매년 가는 그 바베큐 장’이라고 적혀있었다.
“거기가 어디야?”
“그 호숫가 주차장에 차 세우면 보여”
“주차장이 하나야?”
“아니 다리 건너 주차장”
“아니.. 메일에 그렇게 적어두면 어떻게 찾아가라고?”
올 초에 조인한 한 매니저는 지난 회사에서도 꼭 이랬다며. 백만 년 동안 같은 사람들이 같은 장소에서만 놀다 보니 뉴페이스들 신경 안 써준다고 엄청 궁시렁거렸다. 작년에 온 내 눈에도 어처구니가 없는데 네 눈에도 그렇겠지..
바비큐는 6pm부터 9pm까지. 작년에 정시에 맞춰 갔다가 아무도 없어서 한 참 기다렸던 것이 생각이 나 이번에는 6pm에 집에서 출발했다.
6:30pm에 약속 장소에 도착해 보니 고기를 굽기로 한 우리 팀 디렉터만 도착해 있었다. 이 분은 스웨덴 물을 좀 먹어서 약속시간을 지키는 편인데 나머지 사람들은 7시가 넘어서야 하나둘씩 나타났다. 그럼 그렇지.. 다른 동료한테 너넨 대체 왜 시간을 안 지키냐고 하니까 다음부터는 약속시간에서 한 시간 늦게 도착하란다. 그러면 딱 맞다고..
다른 사람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소시송과 감자칩을 곁들여 맥주 한잔씩 마시면서 이야기하다가 8시가 되어서야 샐러드를 시작으로 바비큐를 먹을 수 있었다. 와인에 디저트로 과일 타르트까지 먹고 9시가 좀 지나 나만 좀 일찍 귀가.
그리고 바캉스 첫 주말. 비가 내리긴 했지만 덕분에 기온이 훅 떨어졌다. 주말 내내 20도 안팎. 비가 내리는 덕에 호숫가에 사람들도 별로 없어서 패들 타러 가기도 좋았다.
다음 주 최고 기온이 28도라고 하니 이번 바캉스 기간에는 시원하게 지낼 수 있겠다! (작년엔 비가 안 와서 에어컨도 없는 집에서 지내기 너무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