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어진 입원
지난주 남프랑스에 다녀온 이후로 남편과 나는 알 수 없는 복통에 시달렸는데 특히 남편은 수요일부터 설사를 해서 식중독인가 하는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휴가 기간 중에 나 혼자 한국에 다녀올 계획이라 남편은 혼자 여행할 내 걱정에 혹시 아프지는 않을지 전전긍긍했다. 결국 출국 직전까지도 우리 컨디션은 좋지 않았고, 공항에 도착해서 지연된 비행기를 기다리는 나에게 남편은 전화로 끊임없이 잔소리를 쏟아부었다.
“배가 아프면 약국에 가서 약을 사 먹어요. 이 약을 달라고 하세요. lactibiane and phloroglucinol”
뭔가 검색을 해보니 프로바이오틱스랑 지사제다.
“난 설사도 안 하는데 뭔 지사제야. 너도 설사하면 그냥 하는 게 좋아 지사제 같은 거 먹지 말고”
내가 맞네 네가 맞네 투닥거리다 결국 약국을 찾지 못해서 그냥 비행기를 탔다. 13시간의 긴 비행을 마치고 이어서 공항열차, 그다음은 KTX를 타고 대구에 도착하니 늦은 저녁시간. 여행하는 내내 난 속이 좀 불편한 정도였고 밥도 잘 먹었는데 그 사이에도 남편은 계속 설사를 했다고 한다.
남편이 아프다고 하니 나도 어쩐지 속이 더 불편한 것 같아 내과를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 정신없이 주말이 지나가고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 카톡을 보니 남편이 밤사이에 응급실에 갔다는 메시지가 와 있었다. 요 며칠 계속 설사를 하다가 갑자기 혈변을 수차례 봤다는 것이 아닌가! 기겁한 남편은 혼자 오토바이를 타고 가까운 응급실로 간 것이다.
“응???? 혈변????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프랑스는 응급실이 미어터지기도 하고 진짜 중환자가 아니면 어지간해선 환자를 잘 받지 않는데 젊은 남자가 혈변을 봤다고 하니 어서 들어오라고 했단다.
대변 샘플 검사를 하고, 혈액 검사를 하고 첫날밤을 응급실에서 보낸 그. 하필 검사가 잘못되어서 월요일에 검사를 다시 하는 바람에 하루를 더 날리면서 남편은 무슨 큰 병은 아닐까 걱정이 되어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한다.
무슨 병인지 모르니 아무거나 먹을 수도 없어서 하루 넘게 링거만 맞은 그는 며칠에 걸친 설사와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바람에 순식간에 3kg가 빠졌다고 한다. (살 뺀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이렇게 다이어트 성공했구나)
몇 가지 바이러스가 검출이 되었다고 하는데 바이러스 이름을 듣지는 못했고 다행히도 별도의 외과수술이 필요하다던지 이런 건 아니었던지라 잘하면 수요일쯤에는 퇴원이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내시경 결과가 오늘 나왔는데 안에 뭔가 나쁜 것이 있긴 했으나 남편이 다 이겨 낸 모양이라고 어떤 흔적만 남았다고 한다. 열도 내려가고 설사도 멈춰서 드디어 수요일 오후에 퇴원하게 되었다.
앞으로 2주간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
- 야채, 과일, 우유, 양념 등등
의사의 처방을 들은 그는 어차피 과일이나 야채나 좋아하지 않는다며 룰루랄라 신나서 귀가했다.
아니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남편은 지난 10년간 심하게 아픈 적이 없었는데 하필이면 내가 한국에 와있는 사이에 응급실행에 입원까지 하다니. 그 와중에 아무도 없는 집에 남겨진 고양이들이 걱정된 그는 차로 5시간 거리에 있는 시어머니에게 집에 좀 와달라는 부탁까지.. 이웃들과 왕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는 이곳에서 멀리나마 가족들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건강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