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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Sep 07. 2023

퇴근하고 수영하러 호수에 다녀왔다

햇살 쨍쨍한 날들



지난주는 춥더니 이번주는 내내 더웠다.

한여름에도 수리하지 않은 사무실 에어컨이 될 리가 없어 손바닥만 한 휴대용 선풍기를 모니터 앞에 두고 그 바람으로 겨우 오후를 버텨낸 뒤 쏜살같이 퇴근했다. (요즘 들어 부쩍 재택 근무 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아무래도 사무실이 더운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


“나 퇴근 중! 호수에 패들 타러 갈래?”

“그래!! “


집에서 챙겨온 카프리썬. 작은 호숫가 해변이라 군것질거리를 판매하는 곳은 없다.
덥다더워..


패들 장비 챙겨두겠다던 남편은 막상 내가 집에 도착하니 좀 귀찮은 눈치. 그럼 그냥 호수에 수영이나 하러 가자며 온종일 집안에 있었을 그를 끌어냈다.


우리 집 주변에는 수영이 가능한 물이 맑은 호수가 20분 거리에 3개 있는데 이미 6시가 다 돼가는 시간이라 가장 가까운 곳으로 향했다.



동네의 작은 호수지만 수영이 가능한 구역이 야무지게 나눠져 있고 조금 깊은 곳에는 점프대도 있다. 발이 닿지 않는 곳이 아직도 무서운 나는 어린이 수영구역 (그래도 얼추 140cm 정도는 되는 듯)만 맴돌았고, 집 밖에서 옷 벗는 걸 싫어하는 남편은 비치타월 옆에 누워서 일광욕만 했다. 이럴 거면 마당에 눕지 왜 나왔니 너.


집에 있는 게 좋다던 그는 내내 시큰둥한 표정이더니 나중엔 주중에 이렇게 나오니까 좋긴 좋다며 어쩐지 하루가 길고 알찬 기분이 든다고 했다.



오후 6시에도 햇빛이 강해서 온몸에 선크림을 바르고 누워있다가 물에도 들어갔다가 남편이랑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며 낄낄거렸다.


휴가철이 지난 9월인데도 호숫가 해변엔 사람들이 많았는데 신기하게도 이런 시골 구석에 외국인들이 제법 있었다. 우리 옆 자리에는 10대 남매들(로 추정)이 와서 한참을 놀았는데 둘이 합심해서 하나를 호수로 던지질 않나 데크에서 레슬링을 하질 않나.


‘젊은 애들은 힘도 좋구나.. ’

뭍에 떠밀려온 생선처럼 늘어져 누워있던 주변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했을 듯. 날씨도 좋고 해가 오래 떠있는 동안 자주 나와야겠다.


한국 해변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 보기 어려운데 여긴 어린애들부터 10대, 20-30대, 중년들 그리고 은발의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까지 연령대가 정말 다양하다. 디들 자연스럽게 일광욕을 하고 비키니를 입고 물놀이를 한다. 갑자기 할머니 생각이 났는데, 우리 할머니가 해변에 마지막으로 가신 건 언제일까? 설마 물놀이를 해보신 적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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