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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Sep 15. 2023

프랑스 철도파업으로 환불받는데 9개월 걸린 이야기

지독한 프랑스의 철도회사


그러니까 지난 크리스마스 즈음의 일이다. 남편과 함께 스트라스부르에 여행 갔다가 난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올 예정이었고 남편은 파리에서 론 알프스로 다시 돌아가는 일정이었다.  


문제는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이 철도 파업 시즌이라는 것이었다. 설마 설마 했는데 남편이 타야 할 파리에서 리옹까지 가는 열차가 한 시간도 넘게 지연되었고, 리옹에서 갈아타고 집으로 가는 열차가 막차였는데 이 기차를 놓쳐버린 것이다.

 

이 연결 편을 타고 리옹에서 제네바로 넘어가는 관광객들도 많았는데 사람들이 그럼 어떻게 하냐고 SNCF (우리나라 Korail 같은 프랑스의 철도회사)에 항의하니 해당 라인을 따라 버스를 배차하든 무슨 수가 있을 것이라고 했으나…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다.  


차량이 어디쯤 있는지 전광판 확인 필수


리옹에서 우리 집은 100km 남짓. 시외버스 같은 것도 없다. 남편에게 그럼 리옹 역 근처 호텔에서 하루 자고 다음날 아침 기차를 타고 가라고 했으나 이미 이틀 밤을 스트라스부르 여행으로 집을 비워둔 터라 고양이들 걱정에 이 옵션은 내켜하지 않았다.  


결국 택시를 하나 수배해서 갔는데 그때 얼마가 나왔다더라. 300유로였던가.. 호텔에서 1박 하고 그다음 날 아침 기차를 탔으면 300유로보다는 저렴했을 테지만 고양이들 걱정에 달려간 그의 마음도 이해는 간다.  

문제는 그가 타지 못한 기차티켓과 택시를 타느라 지불한 비용을 보상받는 일이었다.


다음 기차보다 늦게 도착할 예정이면 어쩌라고..


'너네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비용을 지불했으니 물어내라'는 장문의 글을 이메일로도, 서면으로도 보냈으나 한동안 답변이 없다가 한 달쯤 지나서 미안하다. 'Sncf에서 사용할 수 있는 190유로 바우처를 주겠다'  더니 '착오가 있었다. 120유로 바우처를 주겠다'라고 몇 달 뒤 말을 바꾸었다. 진작 사용했어야 하는데..  


화난 남편은 소비자 보호원을 통해 항의를 했는데 그것도 몇 달이 걸렸고 결국 최종 판결은 '120유로 바우처에 현금 25유로를 배상하라'였다. 뭐야 이것들은.. '이 택시를 당신이 탔다는 증거가 있냐'길래 영수증을 보여줬는데도 믿을 수 없다는 그들. 지독하다 지독해. 결국 현금 25유로를 받기 위해서 9개월을 싸운 셈이다.  


집에오니 격하게 반겨주던 고양이들
엄마 어디 가지 마


프랑스에서 환불받기 어렵기로 악명 높은 회사가 두 군데 있는데 바로 la post(우체국)와 바로 이 Sncf. 프랑스인들도 절레절레하는 곳을 우리 부부는 일 년 동안 모두 다 겪었으니.. 정말 엮이고 싶지 않은 곳이다. (이 두 회 사 모두 환불 처리+항의하는데 하도 오래 걸려서 사람들이 잊어버리길 바라는 전략을 쓴다는 것이 프랑스 인들의 뇌피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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