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김밥 싸기
하루는 김밥이 먹고 싶었다. 까르푸에 가면 한국인이 운영하는(!) 거대 초밥체인이 있는데 (전국 까르푸에 거의 다 입점되어 있다) 보통 연어나 참치를 메인으로 아보카도나 다른 야채를 섞어서 초밥을 말아서 판매한다. 가격은 1인분 한 상자에 7-9유로 선. 작년에 처음 프랑스에 왔을 때는 주말에 장을 볼 때마다 밥이 먹고 싶어서 이곳에서 자주 사 먹었는데 둘이 사 먹으면 20유로에 맛이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라 돈이 좀 아까워 사먹는 걸 그만 두었다.
하루는 장 보러 갔다가 싱싱한 연어가 들어왔다길래, 그렇다면 한번 집에서 연어김밥을 만들어 보자! 고 마음을 먹은 것. 대부분의 까르푸에는 우리 동네처럼 작은 시골 동네의 까르푸라도 아시아 식품 코너가 꼭 있는데 컵라면, 초밥용 쌀, 김밥용 김, 일본간장 정도는 구할 수 있다.
연어를 사는 김에 김밥용 김이랑 김밥 마는 발(심지어 까르푸에 판매 중)도 구매해서 어릴 때 엄마가 김밥 말아줬던 기억을 되살리며 어찌어찌 말았더니 완성!
손질한 연어 : 미지근한 소금물에 30분 정도 담가서 간을 한 뒤 물기를 닦아서 준비
계란말이 : 두툼한 계란의 식감을 좋아하는지라 계란 지단이 아닌 계란말이를 만들어서 썰어둠
아보카도 : 연어랑 먹을 때는 아보카도를 꼭 넣는 편
오이, 피망, 또는 고추 : 그때그때 냉장고에 있는 것으로
단무지 : 아시아 마트에 가면 구할 수 있는데 없으면 오이나 피망으로 대체하기도 함
맛살 : 맛살같이 생긴 surimi라는 것을 발견해서 연어가 없을 땐 이걸 넣어서 김밥을 만든다.
참치 : 연어대용인데 최근엔 참치를 넣고 더 많이 만듦
소스 : 마요네즈와 스리라차 소스를 섞어서 참치 또는 연어와 곁들임
당근 : 마트에서 당근라페를 사면 다 못 먹고 버리는 일이 생기는데 이때 김밥을 만들어 처리하면 좋다.
*연어를 넣어 만들 땐 밥에 단촛물을 넣고, 그 외에는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간을 한다.
한 번 김밥을 말아보니 사실 재료만 준비되어 있으면 어려운 것이 아닌 데다 남편이 김밥을 진짜 잘 먹어서 요즘은 거의 주말마다, 어떨 땐 평일에도 만들어 먹는다.
"나 김밥 먹고 싶어"
"그럼 밥 해놓고, 야채 썰어놔. 퇴근하고 가서 만들어 줄게"
김밥을 말아 가족 단톡방에 공유했더니 가족들이 요리실력이 많이 늘었다며 놀란다. 김밥집 차려도 되겠다며! 재료비는 얼마 들지도 않는데 한 줄 만들어서 10유로에 팔면 정말 많이 남을텐데. 회사 앞에서 푸드트럭하면 정말 장사 잘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하긴 했다.
이렇게 김밥을 썰어 놓으면 예쁘기도 해서 시댁 식구들이 놀러 오거나 손님이 있을 때 간단한 식사로 대접하기도 좋음. 여름에 더운 때 특히 불 앞에서 요리하기 싫은 날은 김밥이 최고다.
처음 김밥을 말았을 때는 밥을 김에 꾹꾹 눌러서 말아야 되는 것도 모르고 그냥 말아서 흐물거리고 터지고 난리였는데 이젠 요령이 생겨서 후다닥 완성! 요즘 우리 집 팬트리에 김밥 김이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이번 주말에는 소고기 김밥을 만들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