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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Sep 22. 2023

어깨에 담이 왔는데 응급실에 간 이야기

이건 좀 투머치 아니냐


지난주부터 좀 바빴다. 일 년에 다섯 번 있는 공식적인 생산계획을 짜는 기간이라 시간의 압박도 있었지만 경기가 좋지 않아 시나리오 3개에 Plan B/C 까지 준비해야 했다. 그나마 발표를 불어로 해야 하는 건 아니라 다행이라 해야 할지.


중요한 회의에 외부감사까지 미친 듯이 몰아치고 오늘 기분 좋게 출근했는데 그만 갑자기 목 뒤와 등에 담이

온 것이다.


“어? 나 갑자기 목이 안 돌아가. 등이 아픈데?”

“스트레스 아냐? 일 너무 많이 한 것 같은데 요즘“

“간호사 불러올 게 있어봐”


갑자기 사무실에 난리가 났다. 환경안전 매니저가 사내 간호사를 데리고 들이닥쳐서 혈압과 체온을 재고 증상을 묻더니 일단 보건실로 가자며. 따끈해지는 파스를 붙이고 진통제를 먹고 기다리라더니 앰뷸런스를 불렀다. 응????


나 그냥 집에 가서 좀 쉬면서 재택근무 하면 될 것 같다고 했더니 안된단다. 회사에서 아프면 일단 응급차 타고 병원 가서 검사받는 게 법이라고. 호랑이 연고 바르면 괜찮을 것 같다고 했더니 혹시 모르니까 가야 된다고.


“나 오후에 미팅 많은데? 내일 오전까지 마감해야 되는 보고서도 있어”

“일은 나중에 해. 다른 사람들이 하면 되니까 네 건강부터 챙겨”


앰뷸런스 안

십수 년간 아파도 회사에서 쓰러지라고 가스라이팅을 당해서 어지간하면 꾸역꾸역 출근하는 게 당연한 나에게 담에 걸린 것에도 호들갑 떠는 것이 좀 과보호하는 것 같아 민망하고 얼떨떨했다.


급한 환자가 많은 응급실에서 나는 우선순위가 아니었고 네 시간을 기다린 끝에 의사를 만나 처방전을 받을

수 있었는데 근육이 뭉친 거라며 진통제랑 신경안정제랑 이런저런 약을 5일 치 처방해 주었다.


우리 매니저랑 환경안전팀 매니저까지 따라와서는 다음 주 월요일까지 출근하지 말고 제발 집에서 일 좀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 ‘나 급한 리포트가 있어 그것만 처리할게’ 했더니 복귀하면 나만 할 수 있는 일은 없도록 업무분장도 다시 하잔다.


“이거 안전사고 리스트에 올리지 마 별거 아냐”

“넌 그런 거 걱정할 필요 없어. 네 건강부터 챙겨. 일 걱정하지 말고 푹 쉬다가 나와 “


역시 노동자의 천국 프랑스. 졸지에 다음 주 월요일까지 쉬게 되었다. 밀린 잠이나 푹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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