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가 올랐다고 한다
지난 금요일 프랑스에서는 전국적인 파업이 있었다. 작년 말부터 시작한 파업이 1분기 내내 이어졌는데 또 시작이라니. 물가가 미친 듯이 오르는데 급여는 그만큼 오르지 않으니 쥐꼬리 같은 월급으로 어떻게 사냐고 파업하는 건데.. 나도 같은 노동자 입장에서 이해는 가지만 진짜 이게 파업으로 해결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하는 의심이 든다.
당연하게도 파업을 하면 무노동 무임금 원칙으로 급여를 받지 못한다. 올 상반기 연금 개혁건으로 전국적인 파업에 다 참여했다면 최소 10일 치의 임금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 건은 결국 잃은 것 없는 마크롱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프랑스 정부의 승리로 끝났다.) 이번 파업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임금 인상에 초점을 두었다. 회사별로 임금인상을 어떻게 책정할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원하는 만큼 얻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동료들과 이야기해 보니 파업을 진짜 믿는 사람은 한 2% 정도고 나머지는 그냥 쉬고 싶어서 파업하는 것 같다는 것이 중론.
우리 집도 장 보러 갈 때마다 오른 물가를 느끼는 중인데(체감상 20% 정도..), 파업할 권리가 없는 나는 회사가 임금을 올려주길 기다리기보단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했다. 장보기 담당인 남편이 최대한 아껴보겠다며 이런저런 할인 프로모션을 살펴보고 있다. (싸다고 필요도 없는 샤워젤을 두통이나 사는 걸 봐서는 싹수가 좀 노랗긴 한데..)
이렇게 구매하는데 132유로를 썼다. 당장 필요한 것도 있고 두고두고 쓸 수 있는 것도 있다 (왼쪽 상단 구석에 있는 샤워젤 두 통이라던지..). 이 정도면 냉동실에 아직 남아있는 비상식량 포함해서 일주일은 넉넉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좀 신경 써서 장을 보고 집에서 요리를 해 먹다 보니 한국에서보다 훨씬 건강하게 먹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퇴근하면 귀찮아서 배달음식 시켜 먹는 일이 많았는데 여긴 우버이츠가 잡히지도 않고 근처에 외식할 데도 없어서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긴 하다.
요즘도 냉동식품 전문점인 피카에는 자주 가지만 예전처럼 냉동피자나 라자냐 같은 것보다는 식재료나 비상식량으로 냉동 빵 정도를 구매하는 편이다.
과일은 토요마켓에 가서 클레망틴과 사과, 배, 토마토를 잔뜩 담아 왔는데 13유로를 지불했다. 이 정도 과일이면 남편과 내가 일주일 내내 아침저녁으로 먹기에 충분한 양이다.
보통 토요일 동네 마켓에 가면 로티세리에 들러 뿔레로티(로스트 치킨)랑 감자며 돼지고기 바비큐 등을 사는데 20-30유로 정도를 쓰는 편이지만 이번엔 남편이 4.66유로에 구매한 구이용 생닭과 감자, 당근으로 집에서 로스트 치킨을 만들어 먹었다. 요즘 남편이 집밥에 관심이 많아서 직접 만드는 요리가 점점 늘고 있어 계속 칭찬해 주고 있다.
그리고 디저트는 피카에서 쇼핑하면서 모은 포인트로 마카롱을 받아왔다. 좀 달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처음 프랑스에 왔을 땐 주중이고 주말이고 외식 많이 했었는데 점점 횟수가 줄어 주중에 한 번이 되고 요즘엔 한 달에 한 번 정도 하는 것 같다. 딱히 먹으러 갈 곳이 없다는 것도 큰 것 같다. 당분간은 신선한 재료로 집밥 해 먹는데 집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