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빵은 먹어봄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독일로 출장을 다녀왔다. 프랑스 남동쪽에서 룩셈부르크 근처까지 가려니 차로는 7시간, 기차 타면 6시간 + 차로 1시간 반 거리라 시간으로 보면 차로 움직이는 것이 이득이지만 너무 피곤할 것 같아서 동료의 추천을 받아 기차를 타기로 했다. SNCF로부터 25유로 환불받는데 10개월이 걸려서 정말 진절머리가 나지만 딱히 다른 옵션도 없는지라 별수 없이 또 SNCF를 이용했다. (다행히 오고 가는 기차 모두 정시에 출도착 했다.)
프랑스- 룩셈부르크 - 독일로 이어지는 기나긴 여정을 우리 매니저(프랑스인)와 함께 했는데 예전 회사에서 별명이 엄마였다더니 정말 직원들을 잘 챙겨주는 사람이라 오고 가는 내내 내 진로고민도 같이 해주었다. 한국에서는 팀을 옮기는 이야기를 상사한테 꺼낼 수 없는 분위기였는데 쏘쿨한 그녀.
하루종일 이동해서 드디어 Trier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동네를 잠시 돌아본 뒤 저녁식사를 하기로 한 우리.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니. 참, 오기 전에 쥴리앙이 식당 추천해 줬는데 한 번 보자"
"독일 현지 음식점 두 곳이랑. 이탈리안이 있어. 뭐 먹을래?"
"음.. 저녁에 소시지나 튀긴 돼지고기를 먹고 싶진 않은데.."
"나도.. 우리 이탈리안 가자 그냥"
"오 좋아!!"
실제로 근처 식당들의 리뷰 사진을 보니 죄다 감자에 소시지.. 저녁에 그렇게 기름진 음식을 먹고 싶지 않았던 우리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알리오 봉골레 파스타랑 리슬링 한잔을 마셨고, 그다음 날 저녁은 새로 오픈해서 인기 많다는 일식당에서 초밥을 먹었다. 파스타도 초밥도 리슬링이랑 잘 어울렸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젤리를 씹어먹으며 생각해 보니 이 하리보 젤리랑 조식에서 먹은 프레첼 빵 말고 독일 음식을 먹지 않은 것.
"우리 사흘동안 독일 음식 안 먹은 거 알아?"
"아 맞네. 그런데 후회는 없어.."
"나도.."
그래도 Trier 가 관광지라 식당도 다양하고 쇼핑할 곳이 많은 것도 좋았다. 우리 회사는 깡 시골에 있어서 누가 출장 와도 데리고 갈 식당도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