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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Jul 15. 2022

공휴일 나들이는 브호캉트로!

엑스레방의 플리마켓



오늘은 바스티유 데이로 프랑스의 공휴일이다. 목요일이 휴일이다 보니 우리 회사는 금요일도 이어서 쉬는 바람에 4일간의 연휴가 되었다.


긴 연휴에 집에만 있기는 아까워서 뭐할지 찾다가 예전에 살았던 엑스레방Aix les Bains에서 브호캉트(벼룩시장)를 연다길래 가보았다.


언듯보면 바다인가 싶은 호수 @Grand port d’Aix les Bains


프랑스 동남부에 위치한 엑스레방은 프랑스의 전국 도시 평점 사이트에서 살기 좋은 도시 1위를 한 곳으로 앞으로는 큰 호수를 끼고 있고 뒤로는 스키를 탈 수 있는 산을 끼고 있어 정말 살기 좋은 곳이다. 도시 자체도 이쁘고 깨끗해서 많은 사람들이 은퇴하고 살고 싶은 동네이기도 한지라 여기 사는 동안 젊은 사람들을 별로 못 본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일까.. 하긴 집값이 비싸서 젊은 사람들이 없었을 수도 있긴 하다.



남편은 엑스레방을 프렌치 드림이라고 하던데, 왜 그러냐고 하니까 애 몇 키우고 은퇴하고는 이렇게 경치 좋은 곳에서 맛있는 것 먹으면서 유유자적하게 사는 것이 프랑스 사람들 꿈이라나.




8시에 시작하는데 11시쯤 도착한 우리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좋은 아이템이 있다면  열자마자  털렸을 거라고 하길래 그냥 바람 쐬는것으로 의의를 두기로 .


오래된 음반이나 책, 포스터를 구경할 수 있었고, 어느 마켓처럼 중국에서 수입한 것 같은 10유로 짜리 반팔 티셔츠나 몸빼바지도 팔았다.



여기까지는 정말 오래된 제품들이랑 액세서리나 돌(특이하게도 여러 종류의 돌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프랑스에는 돌 수집가가 많은 듯)을 재미있게 구경하면서 나무로 된 비녀도 두 개 5유로에 사고 좋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해진 분위기와 굳어진 남편의 얼굴.


아니 이게 뭐야???
헛.. 이걸 누가사..


‘바나니아’라고 하는 이 브랜드는 역사가 오래된 초콜릿 드링크를 만들던 회사인데 지금 보면 뜨악 스러울 정도로 인종차별적인 로고와 눈뜨고 보기 민망할 정도의 광고를 하던 곳으로 지금은 이 로고를 사용하지 않는다. 어느 집 다락에서 나온 건지 문 닫은 가게에서 인수한 건지 상태 좋은 굿즈들.


https://youtu.be/ME28UJJlC58

흑인을 원숭이에 빗대어 희화화 하던 역사가 오래된 광고들


역사가 100년도 넘은 브랜드다 보니 예전 광고들은 제국주의 시대의 식민지를 주민들을 대하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우리처럼 지나가던 다른 사람들도 어머나 이게 뭐야 하고 사진만 잔뜩 찍고 실제로 사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고 지나가던 찰나 옆에 있던 부스에서 발견한 포스터. 남편이 기가 찬다며 해주는 말이, 알제리 침략 100주년을 기념하는 포스터라고.. 남편이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보여줬더니


너네 식민지 엑스포 갔어?
거기 정체가 뭐야?
남편이 보고 으억 하고 비명지른 포스터.


귀여운 귀걸이랑 목걸이 구경하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바나니아 컵과 알제리 식민지 기념 포스터를 마주치니 기분이 묘했다. 일본이 한국 식민지 30주년 기념 포스터 이런 거 만들었다면 (실제로도 그랬을지도), 그걸 일본 플리마켓에서 보게 되었다면 정말 기분 더럽지 않았을까.


알제리에서 놀러 온 사람이 이 포스터를 보지 않기를 바라며 사진만 후다닥 찍고 자리를 뜸. 역시나 이 포스터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사진만 찍고 사지는 않음.


벨기에 국왕 레오폴드 3세 @1940
몰락하는 러시아 @1938


그리고 이 부스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무기(?)랑 잡지도 판매하고 있었다.


아돌프 히틀러 기사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가 어떤 시선으로 전쟁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알기 좋은 Match의 발행물들이 제법 괜찮은 상태로 남아있었는데 역사 덕후들에게는 혹할만할 듯.


결국 딱히  것도 없어서 나무 비녀 2 득템 했으니 그냥 포트 주변으로 산책  하다가 식사하고 귀가했다.  동네 계속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괜찮은  렌트 나온  없어서 아쉽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맛있었던 당근구이와 생선 파피요트


그래도 한 번씩 이렇게 바람 쐬러 오기에 먼 거리는 아니라 다행이지. 해변은 없지만 이런 큰 호수가 근처에 있는 게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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