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와서 생긴 별명
시작은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이라는 프랑스 영화였다. 남편이 남자 친구였던 시절 프랑스 문화를 공부한다는 핑계로 한참 프랑스 영화를 몰아보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봤던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피아노를 치면서 간식으로 먹었던 슈켓이 궁금했다. 슈크림은 아닌 것 같은데 뭘까? 그리고 몇년 뒤 프랑스에 결혼식을 하러 왔을 때 시댁 앞 빵집에서 한번 맛이나 볼까 하고 먹었다가 완전 반해버렸다.
이 슈켓이라는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슈크림 볼 같이 생겼는데, 가벼운 슈에 아무것도 넣지 않고 위에는 입자가 큰 설탕 덩어리를 뿌려서 만든다. 보기와는 달리 막상 먹어보면 특별한 게 없는데도 은근 중독되는 맛이 있다. 입안에서 사르륵 녹는 살짝 소금기와 버터맛이 도는 슈에 바삭하게 씹히는 설탕 덩어리. 재료가 재료이니만큼 칼로리가 엄청날 것 같아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평일에는 자제하고 주말에만 사 먹는 편이다.
Est-ce que vous avez des chouquettes?
슈켓 있어요?
어지간한 빵집에서는 슈켓을 다 팔긴 하는데 대형 체인이 아닌 핸드메이드 베이커리에는, 특히 맛있다고 소문난 빵집에는 아침 일찍 가야 슈켓을 살 수 있다.
Yenne에 살 때 우리 숙소 앞에 있던 빵집은 구글 평점 4.9의 이름난 곳이라 슈켓도 정말 맛있는데, 지난 토요일에는 9시쯤 설렁설렁 갔다가 텅 빈 쇼케이스를 보고 망연자실. 문 밖에 사람들이 줄 서있을 때 부터 느낌이 싸하더라니.. "슈켓없어요?" "다 팔렸어요." "만들고 있는 것도 없어요?" "오늘은 없어요." 슈켓 먹을 생각에 아침부터 차 몰고 30분을 달려왔는데 벌써 다 팔렸다니.. 하늘이 무너진 표정을 짓던 나에게 다음날 아침 슈켓 한 봉지를 예약해 주겠다길래 이름을 남기고 왔다. 하도 슈켓슈켓 노래를 불러서 빵집 언니들이 나를 기억할 정도.
회사 동료들이랑 스몰 톡을 할 때도 시작과 끝이 슈켓 예찬인 경우가 많다. 주말에 뭐했어? 빵집에 갔는데 슈켓을 사 먹었거든? 진짜 맛있었어!! 또는, 아니 슈켓을 사러 갔는데 없는 거야!! 얼마나 속상했는지 알아? 이런 식.
맨날 이렇게 슈켓타령을 하다 보니 슈켓만 보면 내 생각이 난다며 이른 아침 출근길에 빵집에 들러 슈켓을 사서 출근하는 동료들이 있을 정도. 8시쯤 메신저가 띠리링 '현아, 회의 가기전에 우리 사무실에 들러. 여기 슈켓있어!' 으아아. 나 오늘 아침 안먹고 왔는데, 어떻게 알았지! 목요일이라 출근길이 천근만근이었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고마워어어.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전날 저녁에 자전거를 탄 건 잊고 슈켓을 보자마자 아구아구 먹어치웠다.
그리고 오늘 점심시간, 우리 팀 디렉터랑 점심을 먹고 있는데 지나가던 옆팀 직원이 나를 보고는 와서 한마디 했다. "현아, 우리 팀에 슈켓 있는데 먹으러 올래?"
나 살 좀 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