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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Aug 05. 2022

샹들리에의 공격

죽다 살아난 이야기


꺄아악!!!!

새벽 4시, 갑자기 자고 있는 내 몸 위로 뭐가 떨어지길래 깜짝 놀라서 비명을 질렀는데 옆에서 자고 있던 남편이 더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끼야아아아악!!!


서로 놀라서 다 같이 소리를 지른 우리. 뭐야 뭐야? 나 왜 아파? 고양이가 뭘 밀어서 떨어트렸나? 했더니 세상에..



천장에 달려있던 샹들리에가 자고 있는 내 위로 떨어진 것이다. 이거 플라스틱 아니고 금속이라 나는 한 손으로 들지도 못하는 건데 머선일이야 대체..


머리를 반대로 하고 잤으면 정말로 큰일이 났을 것이다. 다행히도 다리 쪽으로 떨어져서 나는 허벅지랑 무릎에 피멍이 든 것으로 끝났다. 화가 잔뜩 난 남편은 집주인한테 바로 문자를 보냈고 해가 뜨자마자 우리가 자는 도중에 샹들리에가 떨어져서 와이프가 다쳤으니 집에 있는 샹들리에는 다 떼어내겠다고 통보했다.



이 집이 넓고 좋긴 한데 집주인 취향이 상당히 고풍적이라 집안에 벽은 노란색으로 칠해놓고, 집에 등이란 등은 죄다 샹들리에를 달아두어서 진작부터 저걸 어떻게 하지 싶었는데 드디어 이 흉물스러운 샹들리에를 치워버릴 수 있는 좋은 핑계가 생긴 것이다. 뭐 죽을 뻔했지만 좋은 쪽으로 생각하자.


가뜩이나 천장도 높은데 이 무거운 샹들리에가 사람이나 고양이들 위로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간밤에 내 몸 위로 샹들리에가 떨어졌을 때도 발치에서 고양이들이 한 번씩 자는지라 혹시나 다치지 않았을까 하고 살펴봤더니 애들은 침대 밑에 잘 숨어있었다. 가족 단톡방에 이 이야기를 했더니 아빠 왈, 그런 일 있으면 고양이들이 제일 먼저 알아서 피하니까 걱정 말라며. 맞지 맞지.


하필 이날 OFII라고 프랑스 이민/통합 기구에서 소환장이 와서 리옹에 인터뷰, 프랑스어 시험, 건강검진하기로 한 날인데 대체.. 크게 다쳤으면 불법체류자 + 불구될 뻔하지 않았나.


일단 의자로 옮겨둠


남편이랑 우리 정말 크게 다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며 얘기하면서 리옹으로 가는 길에 소프라노톤으로 비명 지르던 남편이 떠올라서 한참 웃었다. 너는 너무 놀라면 슈퍼 하이톤이 돼서 5살짜리 여자애처럼 소리 지르나 보지? 이러고 낄낄거리면서 더니 자기는 자다가 샹들리에가  위에 떨어져 있길래 내가 찔려서 크게 다친  알았다고 울먹울먹 거리던 .


자기 허벅지에 살쪄서 크게 안 다쳤나 봐요
다행이에요

.. 너는 그 와중에 맞고 싶지요? 여하튼 3m 가까이 되는 천장에서 천천히 달랑거리면서 떨어진 건지 어쩐 건지는 모르겠지만 피멍으로 끝난 것이 미스터리다. 옛날 영화나 소설 같은데 보면 샹들리에에 깔려 죽는 건 너무나도 클리셰라 작가를 욕할 정도인데 내가 겪어보니 정말 재수가 없으면 있을 수 있는 일인 것..


그리하여 이번 주말에는 조명 쇼핑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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