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변이 있나
프랑스 전국 적으로 주유소에 기름이 떨어져서 난리가 났다. 인구가 많은 파리, 일드프랑스(수도권) 근교와 남프랑스에서부터 주유소마다 줄이 길어졌다고 하던데 우리 지역은 지난주까지는 별 타격이 없다가 지난 주말이 되자 여기저기 불 꺼진 주유소가 늘어났다. 우리도 장 보러 나갔다가 기름이 떨어져서 연료탱크에 불이 들어왔는데 주변에서 가장 큰 주유소에 기름이 똑 떨어져서 집 근처 작은 주유소까지 20km를 땀 뻘뻘 흘리면서 돌아왔다. 돌아가는 길이 내리막 길이라 천만다행이지. 거의 엑셀레이터 밟지 않고 핸들만 돌려서 제발 기름 있어라를 외치며 기름을 빵빵하게 채우고 나니 좀 안심이 됨.
이 난리는 러시아 전쟁 때문이 아니라 (전쟁 시작하고 오히려 프랑스는 가솔린 가격이 내림새였다) 프랑스의 두 거대 정유회사인 토털 에너지와 엑손모빌의 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에 생활비도 올랐고 회사에서 돈도 많이 벌었는데 이익을 노동자들에게 나눠 줘야 한다는 취지로 조합에서는 임금 10% 상승을 불렀다는데 어찌 될지 모르겠다.
여하튼 지금 상황은 정유회사 생산량이 평소보다 60%가 떨어진 상태. 인구 많은 지역은 진짜 난리가 나서 일드프랑스의 어떤 주유소는 줄을 두 시간이나 섰다고 한다. 우리 옆동네 오뜨 사부아에서는 어떤 30대 남자가 주유 너무 많이 하는 거 아니냐고 뒤에 기다리고 있던 운전자한테 칼 맞아서 일주일째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어디서는 사재기한다고 기름탱크를 들고 다니면서 기름 엄청 뽑아갔다고 하던데 선진국이란 나라의 시민 의식이 이 정도 인가..
남편은 언제 정상화될지 모르니 돌아다니다가 기름 있는 주유소가 보이면 10리터씩이라도 넣으라고 했다. 오늘 출근길에 주유하려고 보니까 줄이 너무 길이서 일단 퇴근하고 다시 가볼 생각인데 대체 이게 무슨 난리야. 기름 진짜 다 떨어지면 자전거 타고 출퇴근하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