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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Oct 13. 2022

프랑스인들의 자국어 사랑은 엑셀 함수까지 바꿔버렸다

와 진짜 이건 그냥 쓰지


내 업무의 대부분이 이 시스템 저 시스템에서 raw data를 가져와서 분석한 걸 가지고 다음 계획을 짜는 거다 보니 일하면서 엑셀 함수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그래 봐야 자주 쓰는 함수는 정해져 있지만. 직장인 필수 함수 'vlookup' 이야말로 내 업무효율을 엄청 높여준 인생 함수라 엑셀을 처음 사용하는 후배나 동료가 들어오면 vlookup부터 사용하라는 팁을 알려주곤 했다.


어제는 다른 팀 동료가 실물 재고랑 시스템 재고를 비교하는데 손으로 작성한 리스트(그래도 엑셀에 입력은 해 둠)를 보고 망연자실해 있길래. vlookup 쓰라고 했더니 영 못 알아듣는 것이 아닌가! 음? 너 엑셀 함수 몰라? 했더니 옆에서 미국물 좀 먹은 다른 동료가 vlookup 이 아니라 프랑스에서는 recherchev라고 알려줌.


출처 : 구글 검색


어쩐지 AZERTY 불어 키보드가 장착된 동료 노트북으로 바로 vlookup을 입력하니까 안되더라니. 심지어 함수 중간에 , 대신에 ; 을 사용해서 불어가 기본으로 장착된 노트북에서는 엑셀에서 함수 사용 못함..


프랑스의 자국어 사랑이야 워낙 유명해서 극장에 상영하는 외국 영화는 싹 다 더빙해서 들어온다던지, 영어 단어도 어지간하면 프랑스어로 변경해서 사용한다던지 이런 건 알고 있었다. 영어로 질문하면 프랑스어로 대답한다는 프랑스인들의 콧대도 악명 높긴 하지만 그래도 요즘 젊은 사람들은 예전보다는 영어 좀 하는 편이라 큰 도시에 가면 영어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하기도 하다. 당연히 표지판이나 이런 건 다 프랑스어라서 프랑스어를 전혀 하지 못한다면 삶이 팍팍한 것은 기본.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전 세계 공용 프로그램의 함수까지 싹 다 바꾸는 건 좀 심하지 않나. 엑셀의 한국어 버전도 메뉴야 한국어로 적혀있지만 기본 함수는 다 영어인데 말이다. 이 정도면 프랑스에서 함수 작업하던 시트를 외국의 다른 동료에게 넘겨준다면 이어서 작업 못할 것 같은데.. 아니면 그 엑셀을 내가 여는 순간 함수들이 모두 영어로 변경되는 건지? 나중에 내가 작업한 파일 프랑스 동료에게 보내서 함수 어떻게 열리는지 한번 확인해 봐야겠다. 엑셀 함수는 세계 공용어(?)인 줄 알았는데, 신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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