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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Oct 20. 2022

퇴근 후 달리기

죽는 줄


프랑스에 온 뒤로 맘 놓고 먹고 마셨더니 6개월 동안 5kg나 늘었다. 5kg마다 사이즈가 한치수씩 변한다고 하니 난 S에서 M으로 넘어가게 된 것. 그 전부터도 살 좀 더 빼면 이쁘게 맞겠다 싶은 옷들이 이제 전혀 맞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고, 적당히 맞던 옷들은 너무 꽉껴서 핏이 이뻤던 바지를 입으면 앉을 수가 없게 되었다. 치즈, 와인, 패스트리가 너무 맛있는 프랑스에서 식탐을 조절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암.


남편은 프랑스에 오자마자 한 달 정도 미친 듯이 먹더니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난 꾸준히 먹으면서 운동을 안 했더니 남편은 프랑스에 오기 전보다 살이 오히려 빠졌는데 나만 살이 쪘다. 살면서 운동을 이렇게 오래 쉬어본 적도 없고 이렇게 맘 놓고 먹어본지도 오랜만인데 몸이 편한데 적응하니 그냥 푹 퍼져버린 것 같다.


동료들은 대부분 건강한 체형이라 이렇게 맛있는 게 많은데 심지어 다들 잘 먹는데 어떻게 정상적인 체형을 유지하는지 너무 신기해서 물어보니 하나같이 '운동'이라는 대답을 해주었다. 점점 작아지는 바지 때문에 걱정된다고 했더니, 달리기를 좋아하는 동료가 퇴근하고 같이 뛰자는 제안을 함.


40km 가 넘는 회사근처 자전거 도로


현아. 운동하자
크라상은 한 달에 두 개만 먹고


창원에서는 러닝 크루를 했으니(그나마도 유령 크루원 생활한 지 3년 남짓) 주변인들이 다들 운동에 관심이 많았는데, 프랑스에 와서 보니 다들 달리기나 자전거나 카약이나 뭐라도 하는 사람들이 진짜 많았다. 최근에서야 이 지역이 아웃도어 스포츠로 유명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산이랑 강을 끼고 있어서 자전거나 트레일 코스가 잘되어 있어서 여름에는 자전거를 타고, 겨울에는 스키를 탄다고. 나도 다시 쪼아봐야겠다.



진짜 매일같이 크라상이랑 빵 오 쇼콜라, 프랄린 타르트를 쌓아놓고 먹는 팀이 있는데 오며 가며 집어먹기 시작했더니, 이젠 먹을 것만 있으면 나를 부르는 통에 크라상 있는 곳에는 현아가 있다는 소문이 회사 안에 돌 정도가 되었다. 맛있기도 하고 사람들이랑 친목 다지는 것도 좋아서 부지런히 먹으러 다녔는데 큰맘 먹고 당분간 모두와 이별하기로.


어제도 출근하자마자 8시부터 아침 먹으러 구매팀으로 오라는 바이어의 메시지를 정중하게 거절했다. 나 연말에 한국 잠깐 들어가야 되는데 이렇게 살찐 걸 보면 우리 엄마가 가만있지 않을걸? 아쉽지만 우리 새해에 다시 만나. 근데 혹시 너도 살 빼고 싶으면 우리 일주일에 두 번 퇴근하고 달리기로 했으니 편하게 조인하라고 :-)


오래되었지만 몇 번 신지 않아 깨끗한 런닝화

 

걷다뛰다 6km


#작심삼일도100번하면일년이오

#runafterworkc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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