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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Oct 24. 2022

휴가에 진심인

한 달간 휴가 간 동네 빵집 사장님


토요일에는 새벽 일찍부터 눈이 떠졌다. 금요일에 일찍 잠이 들었기도 하고 배도 고파서 그랬는지 6시가 되기도 전에 둘 다 기상.


일찍 일어난 김에 예전에 살던 동네에 우리가 좋아하는 빵집에 문 여는 시간에 맞춰 가기로 했다.


룰루랄라 모처럼 기름탱크도 꽉 채웠겠다(정유회사 파업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조금 멀리 가볼까? 하고 달려갔는데 세상에.. Oh my god.


이 언니들이 늦은 휴가를 간 것이 아닌가! 구글 달력에 오픈 시간 업데이트 좀 해주지. 10/18부터 11/13까지 4주간 휴가를 떠난 것이 아닌가. 문 앞에 종이 한 장 붙여두고..


그래도 여긴 인구 만 명 정도 되는 동네라 다른 빵집도 있어서 터덜터덜 걸어갔다. 통밀빵이랑 초콜릿 타르트를 샀는데 우리가 자주 가던 곳이랑은 빵 종류나 맛이 비교도 안돼서 실망만 하고 돌아옴.


이럴 바엔 앞으로 한 달간은 그냥 우리 동네 빵집에 가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이참에 슈켓도 끊고 (슈켓은 정말 이 근교 빵집을 다 돌아봤지만 그 집만큼 맛있는 곳이 없었다) 당분간은 바게트나 통밀빵이나 먹어야지.


한국 같으면 동네 빵집이 일주일도 아니고 한 달 동안 휴가 가는 일은 잘 없을 텐데 이렇게 또 문화적인 충격을 받게 되네.


고기와 양파가 잔뜩 들어간 화덕 피자


이날 오후 산책도 할 겸 동네로 돌아와서 에피세리에 들렀는데, 슈퍼 사장님이 우리 동네에 매주 토요일 저녁에 피자트럭이 온다고, 그런데 진짜 괜찮다고 알려주셨다.


저녁 하기 귀찮은데 피자나 사 먹을까 하고 가봤더니 기대했던 것보더 정말 맛있었다. 회사 근처 나폴리에서 왔다던 이탈리안 셰프가 운영하는 피자집보다 더! 전단지를 보니 이 근교 10km에 있는 동네를 매일매일 바꿔가면서 장사하는 피자트럭이었는데 우리 동네가 토요일이라 어찌나 다행인지. 평일 저녁 같으면 자 픽업하러 마을까지 가기가 좀 귀찮았을 텐데. 뭔가 점점 이 시골 동네에서 사는 재미가 하나씩 늘어가는 것 같아 즐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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