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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Oct 26. 2022

이곳은 야생?

여우 우는 소리를 들어보았는가


현아.
솔직히 너네 사는데 진짜 시골인 거 알지?


해가 엄청 짧아졌다. 이번 주말이 지나면 서머타임도 끝나고 그럼 5시에 퇴근하는 날은 이미 해가 진 상태. 6시 반에 출근을 하는 요즘도 어두컴컴하니 기나긴 겨울 동안 퇴근하고 뭐할까 싶다.


해가지면 개 무서움


퇴근 후 달리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지 일주일 만에 밖이 이렇게 컴컴해지다니.. 회사 근처 강변에서 달리기는 가능하겠지만 집 근처는 완전 무리. 산책도 어렵다. 도심이면 가로등 아래서 걸어 다니면 되는데 이 깡시골에는 인도도 없고 가로등도 이럴 거면 왜 설치했나 싶을 정도로 띄엄띄엄 있다가 없어지는 데다가 차들은 쌩쌩 달려서 정말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골에서 핫한 아이템은 뭐다? 바로 반사판이 달린 Yellow vest. 나도 남편도 하나씩 장만했는데 가시성이 좋아서 난 밤뿐만 아니라 좀 어둑해지려고 하면 꼭 착용을 하고 나간다. 근데 빛이 있어야 반사가 된다는 점 주의. 오늘 출근길에 초원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이 형광 조끼를 입고 길옆에 서 있었는데 진짜 유령인 줄 알았다. 그 컴컴하고 빛도 없는데서 조끼 입고 뭐하고 계셨던 거지 설마 산책..? 약간 커브길이어서 전조등 빛이 닿지 않아 난 정말 코앞에서 발견했는데 차가 오는 걸 보고 미리 숲에 피해 계셨던 것 같다. 와 진짜 무슨 좀비 영화 현실 편인 줄.



며칠 전에는 저녁 먹고 남편이랑 프렌즈를 보고 있는데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어디서 이상한 소리 나지 않아? 볼륨 좀 줄여봐" TV 볼륨을 한껏 낮추고 무슨 소리지 하고 귀를 기울였더니 우리 집 주변에서 서라운드로 컹컹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개는 아니고 난생처음 들어 보는 소리.



궁금하신 분들이 있을까봐 녹음 첨부


뭐지 이거? 벨로시랩터 소리 같지 않아?
벨로시랩터 소리를 네가 어떻게 알아?
동물 소리겠지!



남편이 이건 녹음해봐야 된다며 동영상 촬영을 시작했고, 나중에 이 동영상을 지인들에게 보여줬더니 다들 무슨 소리냐며 기겁을 했다. 빨리 도망가라고.. 이 밤에 어디로 도망가라고 대체 집이 제일 안전한데. 다음날 출근해서 동료들에게 녹음한 소리를 들려줬더니 사냥을 좋아하는 동료가 "아 이거 여우네 엄청 영리해 얘들. 여기저기서 짖으면서 먹이 몰이하는 걸 수도 있어" 으아 이탈리아에서 넘어오는 늑대가 프랑스 동부를 거쳐서 이동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여우도 많구나. 하긴 산책하면서 아기 여우를 본 것도 한두 번은 아니긴 하다.


새삼 우리가 정말 깡촌에 산다는 걸 체감한 저녁이었다.


꼭꼭 숨은거야??
집사들은 무섭거나 말거나 지들만 숨으면 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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