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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Oct 27. 2022

옷장 디톡스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지만


아끼다가 똥 된다는 말은 바로 나한테 하는 말인 것 같다. 가방이든 옷이든 좋은 것을 사면 바로바로 입으면 좋으련만 '나중에 어디 갈 때 입어야지' 하고 옷장에 고이 모셔 두었다가 계절이 지나가는 바람에 택도 안 뗀 채로 옷장에 잠들어 있는 옷이 한 두벌이 아니다. 프랑스로 오면서 옷이랑 신발 정리를 얼추 했는데 여기 와서도 야금야금 사다 보니 옷장에 또 옷이 늘었다. 며칠 전에는 샀다는 것조차 잊고 있었던 옷도 찾았다.


옷장에 잠들어 있는 옷은 크게 1. 세일할 때 이쁜 걸 비교적 싸게 샀는데 입고 나갈 일이 없거나 2. 날씬하던 시절 이쁘게 입었는데 살이 쪄서 맞지 않거나 3. 구매한 것조차 잊어버려서 택이 달려있는 옷을 다음 계절에 발견하거나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단출하게 한 칸의 옷장만 사용하는 남편과 달리 남편 옷장 4배 크기의 옷장에 봉이 휘어질 정도로 꾸역꾸역 걸려 있는 옷들을 보며 또 때가 왔다는 것을 느꼈다.



옷장 디톡스!!

집안에 널브러진 짐이나 미어터진 옷장을 정리할 때가  것이다. 일단 이뻐서 샀는데 불편하거나 나랑  어울려서 거의 사용하지 않은 디자이너 아이템을 디자이너 제품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려서 일부 정리했다. 명품은 아니지만 거의 새거나 다름없는, 멀쩡한 다른 아이템들은 르봉꾸앙(중고거래 사이트/심지어 집도 매물로 내놓는다) 올려서 차근차근 정리하기로 했다.


있는 옷을 찾기 좋게 정리하는 것도 디톡스


벌써 몇 가지 아이템을 팔아서 700 유로 정도를 벌었는데 살 때 지불한 금액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지만 그래도 그동안 사용한 걸 생각하며 이 정도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장에 모셔두었으면 해지고 낡아서 쓰레기나 될 것을 이렇게 정리해서 현금화하고 나니 뿌듯했다.


그리고 나한테 필요한 물건이 사실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옷장이 그렇게 큰데 정작 입는 바지는 계절별로 두어 벌에 티셔츠 몇 장, 셔츠 몇 장, 겨울엔 스웨터 한두 벌이나 집업 정도. 발이 편한 뉴발란스 운동화에 드레스업 하는 날에 신는 힐, 그리고 로퍼. 새로 뭔가를 사고 싶을 때는 사용하지 않는 아이템을 팔거나 기부해서 정리하자던 남편과의 약속도 다시 한번 되새김.


한 번 살 때 싼걸 사서 떨어질 때까지 쓰는 남편과, 좋은 걸 사서 오래도록 아껴 쓰는 나. 우리는 소비의 결이 정말 달라서 초반엔 갈등도 많았지만 이제는 나도 남편도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무슨 옷 한 벌이 그렇게 비싸냐고 학을 떼던 남편도 입다가 파는 거 보고는 고개를 끄떡끄떡.


튼튼하고 질 좋은 자켓은 두고두고 입을 수 있다


결론은 뭐다? 한 번 살 때, 좋은 걸 사자.

그래야 나중에 그나마 팔아 치울 수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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