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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Nov 11. 2022

프랑스 이민자를 위한 시민교육을 받았다

이민 온 거 아니지만


이 이야기를 하자면 긴데, 짧게 설명하면 배우자 비자로 편하게 프랑스에 왔지만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족 비자를 받은 경우 의무적으로 시민 교육 Formation Civique을 배정받아 하루 6시간씩 4일에 걸친 교육을 받게 된다. (아이고) 다음 비자 연장 기간 전까지 교육을 완료한 뒤 수료증을 받아야 비자 연장을 할 수 있는지라 회사에 사정을 설명하고 첫날 교육에 참석했다.


어딜가나 있는 베이커리


어찌어찌해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에 수업을 들으러 갔는데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난 영어 통역이 가능한 반에 넣어달라고 요청을 해두었어서 다행히 편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었는데, 프랑스어도 영어도 못하는 사람이 통역 요청 없이 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케이스를 보게 되었다. 프랑스의 행정처리는 정말 짜증 나지만 이민 온 사람들 모두가 차별 없이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부분에서 정말 감탄이 나왔다. 소말리아어를 할 수 있는 통역사를 찾아서 다시 스케줄을 잡아줄 테니 나중에 다시 오라니.


프랑스의 이민정책 자체가 정부 관할인 데다 모든 이민자는 프랑스 국민이 된다는 가정하에 프랑스의 국가 정체성과 프랑스의 생활에 대해 교육을 한다. 프랑스의 이민자는 가족 결합인 경우 프랑스어를 못하면 강제로 무료 프랑스어 수업(최대 400시간)도 할당해 주는데 국가에서 무료로 배정해주는 거다 보니 퀄리티가 그렇게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민 온 사람들을 프랑스에 통합시키기 위해서 국가에서 정말 많은 비용을 들이고 있다는 건 알겠다.


라 마르세이예즈(프랑스 국가), 애국가보다 더 긴듯


내가 있는 지역은 스위스/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대 있는 지역이라 특히 임금이 높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일하면서 생활비가 저렴한 프랑스에 사는 프롱탈리에(Frontalier, 국경에 거주하면서 일하는 사람들) 많은 편인데 시민 교육을 받으면서도 여럿 만나게 되었다. 프랑스는 임금 상승률이 극악이라 20 전이나 지금이나 임금 차이가 별로 없는데 반해 스위스는 돈을 어마 무시하게 주다 보니 지난 10년간  프롱탈리에들이 2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프랑스인이 스위스 가서 일하거나, 스위스 사람들이 프랑스로 넘어와서 살거나)


여하튼 프롱탈리에고 일반 이민자들이고 간에 프랑스에 거주하려면 비자가 있어야 되고, 가족 비자를 받게 되면 이 시민 교육을 들어야 하다 보니 평소 같으면 절대 서로 만날 일 없는 사람들이 한 방에 모여있게 된 것.


오랜 시간 프랑스에서 지냈지만 글을 읽을 줄도 모르고 쓸 줄도 모르는 사람도 있었고, 제네바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억대 연봉을 받는 몇 개 국어를 구사하는 사람도 있었고, 남편을 따라 프랑스로 갓 넘어왔지만 프랑스어로 말할 줄도 읽을 줄도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대략 15개국의 사람들이 모여서 교육을 받았는데 아랍, 영어 통역사가 있어서 다들 기대 없이 왔지만 나름 알찬 수업을 받고 헤어졌다.


무료 불어공부 앱을 알려줌



첫날 수업 후 알게 된 것들

프랑스 영토는 유럽뿐만 아니라 모든 대륙에 영토가 있다. 유럽에 있는 프랑스와 해외영토. 해외영토도 프랑스라 같은 법이 적용됨 (예외 있음).  


파란색은 프랑스 영토


국경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바스티유 데이가 나왔는데 강사가 무슨 날인지 아냐고 물었더니 학생 중 한 명이 '독립기념일인가요?'라고 했다가 한소리 들음.

프랑스가 어디로부터 독립을 한단 말이죠? 단언컨대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 들 중 자기 나라가 식민지배 안 당해 본 사람은 프랑스인 강사뿐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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