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feelin's - maze(frankie beverly)
길의 끝을 향해 달려간다.
길의 끝에 있을 무언가를 향해 우리는 끊임없이 걷는다.
걷다가 지쳐 발을 돌려 뒤돌아가기도 하고, 갈림길에서 어느 쪽을 향해 걸을까 고민하기도 한다.
지쳐서 잠시 쉬기도 하고, 때로는 경쾌하게, 때로는 천근만근 무거운 짐을 진 듯 터벅터벅 걷기도 한다.
우리는 인생을 마라톤 또는 여행이라 비교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인생은 길을 걷는 것이다.
때로는 함께 걷기도 하고, 홀로 걷기도 하고,
때로는 뛰기도 하고, 걷기도 하고, 쉬기도 하고, 뒤돌아가기도 하는 모습이 우리네 인생 같다.
정말 긴 길이다.
그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왜 이 길을 걷는지도 모를 때도 있다.
남들 모두가 걸으니까?
걷다 보면 어떤 목적지에 도달할 것을 기대하며?
그 누구도 모른다.
이 길을 왜 걷는지, 그리고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그 끝엔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끝없이 이어진 길을 우리는 걸어왔고, 앞으로도 걸어갈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난 가끔 이 길을 아무 일 없는 듯 걷다가 다리가 아파 주저앉을 때가 종종 있다.
걷는 동안 생각해 보지 못했던,
왜 내가 이 길을 걷고 있으며, 이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떠올리며 잠시 멈춰 선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답이 없는 문제들을 주저앉아 생각하다 보면
내가 이끌어내고 싶던 결론은 다시 빙빙 돌아 모르겠다는 대답으로 돌아온다.
어차피 어디로 가는 것인지, 어딜 향해 가는지 확신 없는 내 믿음의 수준에선 답을 줄 수 없는 질문들이다.
지쳐서 주저앉았던,
갈림길에서 어느 곳을 향해 가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기 위해던,
쉼 없이 걷던 길에서 주저앉아 있을 때
오히려 난 안도감을 느낀다.
여전히 불확실한 길 위의 한가운데에서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떨쳐버리게 된다.
조금의 힌트를 얻었기 때문에?
힘든 여정의 중간에 휴식이 주는 위안 때문에?
아니다
잠시나마
내가 걸어왔던 길들을 뒤돌아 볼 수 있는 잠깐의 여유 때문일 것이다.
제대로 걸어왔건, 빙빙 돌아왔건 간에
열심히 걷는 것이 중간에 발을 돌려 되돌아가는 것보다, 영원히 주저앉아 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는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걸어가다 보면 걸어가다 보면
무언가를 발견할지도.
아니면,
걸어가는 중간에라도 내가 왜 길을 걷는지에 대한 이유라도 알게 될 거라 믿기 때문이다.
엉덩이에 묻은 흙을 툭툭 털어내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시 한번 길을 걸을 순 없어도,
잠시나마 앉아 즐겼던 주변의 풍경과 새소리, 바람의 움직임을 느꼈다는 사실 만으로도
피식 웃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