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irl from ipanema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등줄기의 땀을 걷어낸다.
차분하다 못해 적막감에 느껴지는 초여름의 밤이라 좋다.
해가 길어져 고요한 밤을 느낄 겨를이 짧아져 아쉽다.
아쉬운 일들 속을 가로질러 빠르게 걷는 모양이
우산 없이 대로변 행인들 사이를 비를 피해 움직이듯
바쁘기 그지없다.
뭐가 그렇게 바쁜지 고개는 땅에 푹 쳐 박고
움츠러든 어깨도 곧 배꼽 아래로 흘러 내려갈 듯하다.
그러다가
귀에 이어폰을 꽂고 stan getz의 보사노바를 느껴본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은 가벼워지고,
내 주변은 푸르게 빛나기 시작한다.
어느새 내 손엔 롱 아이스티 한잔이 들려있고,
차분히 내려앉은 밤의 한가운데로 걷기 시작한다.
나 홀로 걷는 길이 오히려 소중하게 느껴진다.
아쉬움 속에 느껴지는 간절함과 함께
드문드문 이어져있는 가로등 아래로
헛헛한 안도를 느끼며
조용히 걷고 또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