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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May 19. 2024

네 목소리를 좋아해. 많이 울어줘

내 귀가 아이에게 붙어있다. 바스락 거리기 전에도 내 귀가 꼼지락 거린다.

이제는 모든 피부가 귀가 되어 너가 움직일라 치면 내 마음이 먼저 뛰어간다.


행복둥아 사랑하는 행복둥아


한달이 되었다. 몰랐는데 신생아 기간은 한 달이라고 한다. 쑥쑥 커서 4.4kg가 되었다.

한 달이면 예방접종 두가지를 해야한다. BCG, B형간염 2차 

주사를 주고 싶지가 않다.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주렁주렁 줄에 걸린 너를 봐서인지

간호사 선생님이 네 혈관이 터져 다른 곳에 주사를 맞췄다고 해서인지

나중에 흉이 질까 열이나진 않을까 주사를 너무 힘들어하지 않을까.

몇 날을 너가 잠든 노란밤에 검색하고 검색했다. 


그런데 엥하고 울고 말다 말아 웃음이 나왔다. BCG 주사는 아빠랑 간호사 선생님이 너를 붙잡아야헸다. 이게 18개의 주사액을 팔뚝에 올려두고 도장을 찍어주는 거거든. 다른 블로그에서 봤을 때는 쓱 약을 바르고 도장을 찍는다고 하는데 그 선생님은 정성스레 한방울한방울자리를 잡아 예쁘게 놓아주셨다.. 

울음소리가 아파서 운것도 아니고 짜증이 나서 그랬던거 같아. 새빨갛게 울어가지고

두피에 열꽃이 피었다. 약을 말리러 들어간 수유실에서 그걸 보고 혹시 약물 부작용인가 싶었는데 머리에 열이 받아서 모낭이 붉어진더라고했다. 


행복둥아 그리고 신나게 울었지. 

주사를 잘 맞아서 다행이라는 마음과 저런거 없어도 건강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어. 

아직도 헷갈린다.  


모든게 소중하다. 이때는 아이가 성장통에 많이 운다고 했다.

몸무게도 묵직해졌고 가스도 많이 차고 잠투정도 많아졌다. 얼마나 아플까

많이 울리지 않고 안아주려고 하는데 그러다 보면 온갖세상이 울음같다. 

환청이 들리는거 같아서 피곤해주겠는데도 못 자겠다.

지쳐서 나와 식탁에서 빵을 먹는다. 잠깐 뉘여놓은 너가 또 엥하고 운다.

제리가 너를 들쳐안아 거실로 나온다


“행복둥아 나 너 목소리 좋아해. 많이 많이 들려줘” 

아 내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래 맞아 행복둥이 너는 지금 우리랑 대화를 하는거지?

세상에 이래저래 말을 던져보는거지? 한 달 전만해도 엄마 뱃속에 있었는데

지금 이 세상에 나와서 얼마나 정신없겠어. 너무나 고맙다 

그래 넌 지금 대화를 하는거구나! 


맞아 그러고 보니 한 달이 되니까 이제 울음만 뱉는게 아니라 다양한 소리를 낸다.

똥쌀 때 아악-아아악 소리, 오아! 하고 알람을 주는 소리

행복둥아 고마워! 우리 많이 많이 대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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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잠깐 잘 때 쓴 짜투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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