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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마음챙김 명상 모임 갔다가 어?

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by 일단하는 킴제이

하와이에서 뭘하고 지내면 좋을까 명상 프로그램을 알아보다가 Eventbrite 앱을 알게되었다.

Meet up 앱처럼 사람들만나고 이벤트를 소개하는 서비스인데 보니까 명상모임이 많다.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명상, 해변의 석양을 보며 그림을 그리는 명상, 고래가 뛰어노는 바다근처를 걷는 명상, 독특한 자리가 많았다.


Meditation 검생해서 보다가 오? 싱잉볼을 들고 있는 여자분이 보인다. 쓱 설명글을 읽어보니 네팔에서 오셨잖아? 그럼 가야지. 싱잉볼? 사운드 힐링하는건가? 머리속에 예약해야지. 아 근데 멀리 가야하는데 버스타야하나. 그럼 저녁 이유식은 어쩌지. 그래 뭐 언제든 다른거 하면 되지. 요래저래 생각하다 그냥 예약하고 갔다.

가는 길은 제리가 데려다 줬다. 행복둥이랑 해변산책도 하고 절벽에서 부서지는 파도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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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30분 시작이라 6시 15분에 도착해서 건물을 찾아 빙빙 돌았다. 아 진짜 들어가도 되나. 예약하면서 페이지를 다시 보니 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마음챙기는 방법. 사운드힐링은 10분 정도고 각자 스트레스 해소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모임이다. 나 들어가도 되냐. 영어로 어떻게 하냐.

5분 정도 밖에서 고민하고 서성이다가 들어갔다.

SAVON 이라는 오픈 이벤트 장소에서 진행되었다. 입구에서 Mudra (호스트 이름) 모임에 왔냐며 방으로 안내해주었다. 들어가니 4-5명 정도 앉아계신다.


"어떻게 왔나요?"

"아, 우연히 앱을 다운 받았는데 싱잉볼 한다고 해서 왔어요. 네팔에서 2달 정도 있었는데 너무 좋았거든요"

"네팔사람이세요?"

"아! 저는 한국 사람이요! 3주 전에 하와이에 왔어요"


앉아서 노트를 꺼내니 건너편 앉은 흰머리 남성분이 묻는다

"오, 일기 쓰는건가요?"

"아, 그건 아니고 여기 처음 왔는데, 왠지 뭐라도 꺼내야할거 같아서"

"ㅎㅎㅎ 맞아요. 저는 일기 쓰는데 여러모로 도움이 되더라구요"

"사실 저는 제 감정에 대해서 쓰고 있는데 진짜 도움 많이 되요. 스트레스 받는다 싶으면 바로 적어요"

"오 좋네요. 밤에 적나요? 아님 아침에?'

"음,.. 딱히 패턴은 없어요. 9개월 아기가 있는데 아기 잘 때? 일단 언제든 적고 아기가 울면 일기 끝.

아기는 지금 이 주변에 있을거예요. 같이 왔거든요 아기랑 남편이랑"

"오..정말 스윗한 남편이네요. 좋은 사람일게 분명해요"


오, 생각보다 스몰토크 자연스러웠다. 정말 제리에게 고맙다. 이런 모임이 있다고 했을 때 신나하며 차 렌트를 했다. 같이 주변 구경하다가 데려다주겠다고. 제리는 내가 뭔가 하고 싶은 일이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아무렇지 않게 함께 해주며 푸쉬해준다.


시작되었다. 가볍게 명상부터. 싱잉볼 소리가 울리고 마음이 저 멀리까지 노곤해진다. 조금 더 천천히 쳐주셨으면 좋겠다. 숨소리에 깊이 집중해본다. 내 몸에 숨소리가 가득채워지니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의자에 편히 붙은 엉덩이도 느껴보고 목, 배, 가슴을 쓰다듬는 손의 에너지도 받아들여본다.


그리고 다들 돌아가면서 오늘 여기 어떻게 왔는지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한다.

호스트가 손짓을 내게 건내길래 나 부터 시작한다.

"음, 저는 아이 낳고 나서 정신적으로 방황을 했어요. 아기 낳는 순간도 황홀했고 너무 아름다웠는데 3시간 뒤부터 잠을 못자니까 괴롭더라구요. 그 뒤로 정말 제 영혼까지 날아가는 듯한 일들이 있었고...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모르니까 모든걸 통제하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불안도가 높아지는 것 같아요.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날이 서는거 같고...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잘 알고 싶어요. 제 자신과 제 딸에게 나는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이라는걸 보여주고 싶어요. 비록 못 하더라도 오늘 이렇게 참석한 것처럼 노력한다는게 의미 있지 싶어요" 더듬더듬 영어로 말했는데 다들 지금이 가장 혼란스러울 때라면서 한마디씩 해주셨다.


그 다음은 3살 아기 엄마였다. 아기가 활발하고 통제가 잘 안된다. 그럴 때 마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관리를 잘 하고 싶다. 아까도 아기가 차 앞으로 뛰어가는데 소리를 버력지르게되더라.


그 옆은 흰머리의 남성분. 60대 중반 ? 같았다. 큰 사업을 하고 팔았는데 그 뒤로는 인생의 목표를 잃은 듯 하다. 자식 3명도 다 키웠고 20년 동안 보스로 살았는데.. 지금은 불안도가 높고 잠을 잘 못 잔지 8년이 되었다. 심리치료, 테라피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데 Mindfulness는 처음이라 함께 했다.


그 다음은 까만 옷에 긴 머리를 한 여성분. 불안도가 높아서 혼자 길을 걸으면 뒤에서 누가 오는 것 같다.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서 마음 관리를 하고 있다. 그 옆에 또 까만 옷의 남성분. 여자친구를 서포트 해주고 싶어서 왔다. (헝 ! 커플이 오셨구나!) 여자친구와 함께 저번엔 요가수업을 들었는데 좋은 시간이었다. 여자친구 마음을 더 이해할 수 있고 나 또한 마음이 치유되는 듯 했다. 14년 동안 싱글대디로 쌍둥이가 한 살 때부터 키웠다. 그때챙기지 못 했던 마음을 지금 이해해 가고 있다.


사랑하는 이를 더 이해하고 싶어서 서포트 해주고 싶어서 왔다니. 그러면서 자신을 더 이해하게 되고 있다니. 뭐냐.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고 멋진 커플이다. 서로 모를 이들이 모였는데 모두 집중해서 들어준다. 노란조명에 도란도란 앉은 우리들. 더 깊은 속내는 모르지만 자신을 더 보둠어주고 싶어서 왔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멋진사람으로 느끼게 해준다.


아 호스트는 아기를 낳고 내면폭발로 혼란스러워하다가 아기가 한 살이 되었을 때 자신을 위해 이런시간을 만들었다고 했다. 아 강력한 끌림과 함께 마음이 동한다. 아마 나도 결국 저 길을 가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가 이 하와이에서 만난게 아닐까.


다음은 스트레스를 느낄 때 심리적 신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느끼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사업엑싯한 아저씨는 근육이 뻗뻗해지고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에너지를 느낀다고 했다. 나는 숨이 가빠지거나 목과 어깨근육이 뻐근해짐을 공유했다. 머리 속이 빠르게 돌아가서 이유를 찾으려고 하고 그럴싸하게 논리적으로 만들어서 말을 잘 하는 척을 하려고 한다. 마음의 소리가 너무 복잡해지고 박자가 빨라져서 불안해진다. 한번은 제리랑 대화를 나누다가 숨이 가빠지고 시야가 아득해지기도 했다. 단순하고 긍적적인 나는 언어에 예민한 편이다. 글과 말로 세상을 훑어 언어를 가지고 노는걸 좋아하는데 그 섬세함이 뾰족해질 때는 아프다. 제리와 언어가 달라서인지 나라가 달라서인지 아님 우리가 그냥 너무나 다른 사람이여서인지 모르겠다. 던져진 말을 애써주워담아 오해를 하려고 한다. 말 뒤에 있는 그 사람 의도를 보려고 노력한다.


남자친구랑 같이 온 여성분은은 감정이 올라올 때 마다 이건 일시적인 감정일 뿐이라 생각하고 지지 않기 위해 집중한다고 했다. 와! 완전 똑순이다. 감정에 휘감기도록 내 자신을 두지 않아야한다. 3살 아이엄마는 찬물로 세수를 한다고 했다. 빠르게 전환이 되서 순간의 감각에 집중하게 된다. 세수가 안되면 찬 물을 마신다. 아 이것도 너무 좋은 방법이다. 나는 호흡을 천천히 내 뱉으며 지금의 나에게 집중하는데 흥분하면 까먹는다. 때론 과도하게 크게 들여마시고 내쉬면서 성난 황소가 되기도 한다. 근데 그냥 물 한잔 마시면 되잖아?


바로 지금 내가 여기에 있음을 몸에게 알려주는거잖아? 일단 속이 타는 불도 끄고 말야.

호스트는 혼자있을 때는 미소를 지어보라고 했다. physically 미소를 짓는 것이야 말로 몸에게 빠르게 안정감을 전하는 방법이라고. Mindfullness 검색을 해보니 The qualiy or state of being mindful. 집중하는 것. 마음을 다 하는 것. 지금을 인지하는 것이다. 미소, 긴장된 목을 손길로 어루어만져주기.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쉬는데 내쉴 때 더 길게 쉬기. 아 너무 좋다. 아는데 또 안하고 있던 것들이다. 최근에는 탭핑(tapping)이 꽤 도움이 많이 된다. 손가락으로 내 몸을 톡톡톡 치며 읖조리는 건데 "잘했어 괜찮아. 사랑한다" 이런 말들을 스스로에게 해주는 편이다.


호스트는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은 내게 괜찮은 것이다라고 스스로 말해주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감정에 지지 않게 지금을 집중하게 해줘야한다. 좋은 만트라를 말하며 마음이 듣게 해줘야한다. 숨에 집중해서 다른 감각과 감정은 차단, 안되면 부드럽게 손으로 매만져주며 몸과 지금의 감각으로 내가 빠르게 돌아오도록 해야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더 생날것의 내 모습에 당황한 엄마들을 위한 자리를 만들고 싶다. 오늘처럼 대화를 나누고 공감받으니 아 좋잖아? 마무리 시간으로 쿠키와 티를 마시는데 좀 정리하고 보니 나 혼자만 티를 먹겠다고 했나보다. 마무리가 되고 다들 떠나는데 찻잔 물이 너무 뜨거워 당황했다.


"천천히 마무리하는거니까 더 있다 가셔도 되요"

"아, 그냥 병에 부을까 했는데 너무 뜨거워서 조금만 마시고 갈게요"

"So,, You liked Nepal, How was it?"

호스트 Mudra 와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마케팅일을 하면서 명상 수업을 한단다. 아니 이게 무슨 우리의 인연의 끈인가. 명상수업 검색하면서 특정직업을 위한 명상프로그램을 봤다. 마케터를 위한 명상 어떻냐고 제안을 했다. 오- 솔깃해 하시면서 좋아했다.


아 졸려져서 글쓰기가 어렵다. 어떻게든 오늘 쓰고 자고 싶었다. 그니까 차마시면서 네팔에서 싱잉볼 수련을 한 이야기, 풀문 챠크라볼이 무엇인지 대화가 굴러갔다. Mudra는 내 전화번호를 물었고 다음에 다시 한번 만나기로 했다. 아

역시 오길 잘 했어. 몇가지 쓰고 싶은 조각들이 있는데 그건 2편으로 넘기고 내일 써야겠다.

아기낳고 자기 내편을 보살피기 어려워 이런 시간을 만들었다니. 완전 나의 몇 달 뒤 모습 아닌가? 뭐지 뭘까 Mudra는 어떻게 이렇게 내게 흘러온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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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프로그램 가기전 들린 China wall 절벽에 모여 석약을 본다. 바다 끝에 환금 햇빛이 담금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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