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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Jan 19. 2022

9년만에 처음 쓴 당일연차

그러니엔 네가 너무 소중해





친구에게 톡이 왔다.


 “정은아 나 오늘 회사 생활하면서 처음으로 당일 연차 썼어. 진짜 너무 가기가 싫어라” 

그러니까 9년을 일하면서 처음 당일 연차를 썼다는 거야? 

타인에게 피해도 아쉬운 소리도 오가기 싫어하는 철저한 내 친구가 지금 마음이 많이 무너지고 있구나.  


“오늘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푹 쉬어. 잘했어 야 진짜 잘했다."


다음날 연락을 했다. 짧은 문장에  현재 상태만 담은 톡에서 점점 바닥으로 뭉개져가는 친구의 마음이 느껴져 마음이 좋지 않다.


“기획자가 내 디자인이 별로래. 나의 22년의 시간이 무시당한 것 같아. 나는 진짜 잘하고 싶은데 여기선 잘 모르겠고. 다 한 것 같은데 이런 모습 보이긴 싫다.”  


우리 존재를 타인을 통해서 본다. 회사는 비즈니스 관계다.  위로를 주는 것도 결국 이 울타리 안에서 더 오래 일해보자 함이고 개인을 먼저 생각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구글의 아침, 점심, 식사가 풍요로운 이유는 직원들이 밖에 나가서 먹고 오는 시간보다 안에서 먹는 게 리소스 관리에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디자인 간드러지게 하는 친구가 그 비좁은 틀 안에서 마음 막혀하니 위로하는 척 안아주며 사실 한걸음 밖으로 나오게 하고 싶다. 당장 그만둬라고 말하기엔 친구가 다니는 이유가 있으니 도움도 안 되고 당장 그러지 못하는 지금을 더 괴로워할 것 같다. 




“야 너의 존재를 남의 말에  정의되기엔 네 디자인은 너무 멋져. 대행사에서 일하면서 기획자가 디자인에 대한 존중이 얼마나 있을까. 파트너사 말에 뒤흔들리는 게 마케팅인데. 네가 속상해하기엔 네가 너무 아깝다.” 


우리는 환경의 동물이다. 내 의지로 되는 건 어렵다. 집에서 운동하는 것보다 돈 내고 간 헬스장에서 좀 더 버티고 하는 건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운동 잘하는 친구랑 하면 호흡법도 달라진다. 큰 마음으로 의지를 품는다고 해도 내가 어떤 사람들과 어디에서 가장 오래 지내고 있느냐에 따라 바래지거나 구겨져 내팽개쳐지기도 한다. 


어떻게 살고 싶냐는 어떤 사람들과 지내는지가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어딘가 글에서는 내가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사람 5명의 평균이나라고 했다. 그럼 모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일단 가까이 가는 거지 그럼. 나 바뀌는 건 어렵지만 주변이 바뀌는 건 쉬우니까 습관 만드는 것보다 쉽지 않을까? 


6,000만 원 연봉을 받아도 실수령 계산하면 한 시간에 3만 원도 못 받는다. 3만 원에 우리를 팔 순 없어. 회사에 내 시간을 투자하는 건데 그게 얼마나 비싸 정말. 우리가 회사에서 흘러나온 말에 속상해하기엔 너무 아깝고 우리가 귀엽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오늘 내가 정하는 거지. 


내가 오늘 행복한 사람이면 나는 성공한 사람이지. 미국에서 떨어져 이야기하니 보고 싶다

야 진심으로 응원한다. 좀 더 네가 에너지가 생기고 숨도 편히 쉬면  내가 다시 이야기해줄게. 지금은 마음에 치인 몸이 좀 더 쉬었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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