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단하는 킴제이 Mar 07. 2022

요가다니며 스피치를 배웠습니다

미국에서 만난 103명의 요가 선생님

미국 와서 잘한 것 중에 하나가 요가. 바비가 요가 한 달권을 선물해 줘서 바비랑 제리랑 얼바인 함께 살면서 아침마다 요가 가는 재미에 들리는 덕분에 하게 되었다. 둘이 태권도를 했어서 아령을 들고 요가을 뛰고 (말 그대로 요가를 하는데 여령을 들고.. 뛰면서 한다.) 자극받은  근육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곤 했다.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노래 부르듯 영어로 몸을 쓰니 더 잘 들렸다.

한 달이 끝나고 나서도 더 결제했다. 우선은 캘리포니아 대부분 도시에 코어파워요가센터가 있어서 아직 집을 못 구한 우리가 어느 도시를 가도 요가를 할 수 있다는 점, 만약 집을 안 구하고 여행을 택한다 해도 여러 도시에서 운동도 하고 샤워도 할 수 있다는 열린 선택!

출처: 코어파워요가 홈페이지 (딴 이야기지만 맨발과 신발이 함께 하는 미국 문화는 적응 어렵다)

무엇보다 내게 큰 배움으로 다가온 것은 같은 선생님마다 모두 다른 스피치. 요가센터에서 정해진  기본 프로그램은 있는 것 같은데 선생님들 마다 자기의 플로우를 만들고 노래 리스트를 만들어서 수업이 구성된다. 숨을 고르면서 천천히 몸을 펴는 선생님, 비욘세 음악과 함께 복근 운동에 더 집중하며 진짜 몸의 빰을 끝까지 짜내는 선생님. 얼바인에서 짐보리센터에서 모두 다른 분의 수업을 참여해보고 옆동네를 찾아가 듣다가 다음은 9시간 차를 타고 샌디에이고에서도 5곳의 다 다른 수업을 들어보았다. 말을 잘하고 싶어 하는 나에겐 사람마다 같은 말(영어)로  프로젝트 (요가)를 전한다고 해도 각기 다른 풍요로움의 에너지로 만들어 내는 것이 또 다른 배움과 관찰 거리였다.



요가 다니면서 스피치를 배웠습니다


2년 전부터 강의와 발표를 꾸준히 하고 있는 나는 다수 앞에서 말하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마음에 기록하는 습관이 있다. 호흡을 함께하고 흐름을 이끌어내는 사람은 힘이 있다. 언어를 다 이해하지 못해도 그 에너지에 몸 담금질을 하게 만드는 흡수력. 


01. 수첩을 끼고 다닌, 클레어

How are you guys? 반가운 인사와 함께 수지가 오늘 매트 앞에 나타나 줘서 고맙다고 한다. 다이어리를 손에 쥐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아기 자세를 하라고 알려주고 다이어리를 펼쳐 자기 앞에 놓고 한 시간을 만들어나간다. 준비과정이 다 도드라지게 진행하는 건 부족한 점을 알려주는 거라 생각했다. 다 외워서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했지만 직접 만든 플로우를 짚어가며 알려주려고 하는 마음이 프로다.. 끝나고 나서는 언젠가 책에서 보았던 멋진 문구라며 다이어리에 적힌 문장을 읽어주셨다. 

완벽하게 보이는 것보다 중요한 건 함께 내가 얼마나 내어줄 수 있느냐. 촘촘히 완벽해지려고 하면 틀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시야 앞에 모든 게 있어야 하니까. 하지만 대본을 끼고 해도 잠시 뒤져 볼 책을 옆에 두고 읽어가며 해며 더 풍요로운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더 넓은 울타리를 칠 수 있지 않을까


그 뒤로 나도 종종 줌에서 강의를 할 때 준비한 사전 질문 답변 노트를 옆에 두면서 한다. 대화를 나누다가 내가 메모해뒀던 페이지를 찾아서 이야기할 때도 있는데, 사람들의 후기도 궁금했던 점을 세세하게 다 챙겨줘서 좋다는 의견이 꽤 많아졌다. 막상 줌 강의가 시작되면 머릿속에 쥐어진 게 줄어드는데 미리 준비해도니까 전달할 거리도 많아지고 좋았다.



02. 가장 인기가 많은 수업의 비밀, 수잔

10분 전 들어가 매트를 깔았든데도 사람이 꽤 많이 들어왔다. 이번 수업은 하와이에서 듣는 수잔의 수업.

수잔이 앞에 앉더니 우리들에게 어디 부위를 가장 신경 써서 운동하고 싶은지 물어본다. 이름도 꽤 많이 아시고 일본분에게는 일본어로도 확인한다. "저는 어깨요" "다리" "햄스트링" "Anything" "I'm just here for joinging your class" 나도 역시 어깨라고 답했고 (손 저림 증상이 목과 어깨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됨) 요가를 시작하는데 어깨라 답해서인지 어깨에 신경 쓰며 쭉쭉 늘려낸다. 물론 모두의 니즈를 다 담아 한 시간을 구성하긴 어렵겠지만 이름을 부르고 필요한 걸 체크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라포가 생성되고 더 적극적으로 시간에 임해 지니니까 만족도가 더 높다. 끝나고 나서는 왜 이 수업이 좋은지 구체적으로 (언어는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모르나 내 마음은 그랬다) 알려드리니 눈이 커지면서 피드백 고맙다며 이름을 다시 여쭤보셨다.

그 뒤로 나도 줌 강의할 때 사전 질문을 받아서 알고 있어도 다시 한번 사람들에게 오늘 어떤 것이 필요해서 왔는지,  기대하는 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물어본다. 채팅창에 올라오는 질문의 작성자 이름도 다시 짚어 부른다. 상대를 마주 보고 알려주는 게 아니라 함께 서서 앞을 바라보며 같이 가는 수잔. 스피치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03. 피드백을 항상 물어보는 안젤라

하와이에서 첫 코어 파워 요가 수업이 안젤라. 미국 돌아다니며 요가를 하다 보니까 샌디에이고나 하와이같이 바닷가랑 가까운 곳은 수업 난도가 높고 사람들의 몸도 다 탄탄하다. 안젤라는 수업을 진행하며 목소리 톤과 크기 변화를 극적으로 뱉어냈다. 헬스 유튜브처럼 강렬히 훈련시키듯 원, 투, 쓰리를 질러내는데 호흡에 따라 집중하다 보니 숨이 차오르고 정강이에도 땀이 난다. 같은 내용이어도 어떤 목소리에 담겨 뱉어지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스토리가 된다. 이전에 코엑스에서 강연이 끝나고 내려온 무대에서 특정 사례를 설명할 때 책 읽는 느낌이 나는데 아마 직접 참여하지 않은 프로젝트를 소개해서 그런 듯하다는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다. 그 뒤로는 남의 사례를 소개해도 잘 씹어먹고 내 생각을 전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데 자기 생각이 들어간 소리는 음률이 있어 사람들이 더 집중한 다걸 체감했다. 끝나고 나면 항상 어땠는지 묻는 안젤라. 저번 첫 수업이 끝나고 목소리를 들으니까 힘이 나서 끝까지 할 수 있었다고 하며 자연스럽게 하와이에서 집을 찾아본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 뒤로는 대화가 잦아져서 더 여쭤보신다. 운동뿐만 아니라 오늘 음악의 호흡이라던가 허벅지가 힘들었는데 그 뒤로 따라가기 좋은 동작을 해줘서 좋았다 등등 요가 시간을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다. 강의가 끝나고 나서는 오늘 참여 소감과 함께 앞으로 강의가 개선되려면 내가 어떤 점을 신경 쓰면 좋을지 물어보는데 그때마다 멋진 안젤리가 생각난다. 내 말에 부끄러워하지 말고 물어봐야지.



말은 그 사람의 악기를 타고 흐른다. 같은 악보를 봐도 어떤 성향의 음악을 내는지에 따라 다른 곡이 된다. 요가를 하면서도 유독 집중이 안 되는 분과 한번 듣고도 저 사람의 인생까지 궁금하게 하는 매력을 듬뿍 흘려주시는 분이 있다. 어떤 사람의 말에 내가 더 집중되는 사람인지도 깨닫게 된다. 어떤 분은 호흡 가이드를 줄 때마다 들이마시면서 "나는 어떤 것도 내보낼 용기가 있다."  내쉬며 "나는 강하다"라고 외쳐주시는 분이 있는데 한 시간을 호흡에 따라 운동을 하니 눈물이 차오를 만큼 감동을 받기고 했다. 그 뒤론 나도 내 강의에 참여해주신 분에게 얼마나 멋진 분인지 꼭 말씀드린다. 평일에 퇴근하고 저녁에 강의를 듣는다는 것, 주말 아침에 시간을 내어 온다는 것이 보통분들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결국 잘 될 사람이라고 전한다. 함께 자리를 채워나가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받는다. 영어 듣기나 배우는 거지 하고 시작한 요가에서 예쁜 말을 배운다. 나의 몸과 마음 그리고 말 선생님들 감사해요.



작가의 이전글 퇴사 후 1년, 심리상태 점검 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