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로 시작해 입사로 끝나는 "타임머신 직장생활" 이야기
퇴사 D-30일 전 이야기
[인사팀] 면접 참석 부탁드립니다.(6/29, 15시 1명, Z회의실)
인사팀에서 내일 면접이 있으니 면접관으로 참석해 달라는 안내 메일이 도착했다. 우리 팀이 다른 팀에 비해 인원수가 많다 보니 한 달 사이에도 수시로 여러 명의 입/퇴사자 관련 메일을 받는다.
이번에 인사팀에서 보내온 면접 참석 메일은? 이미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은 동료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어 그 자리를 대신할 사람을 뽑는 면접이다.
다음번 회사가 확정되고 스스로 퇴사를 결정한 동료의 경우는 퇴사 시 "축하한다."라는 말이라도 해 줄 수 있지만,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퇴사해야 하는 경우에는 쿨 한척! 어딜가도 다 잘 될거야!!라는 의미 없는 멘트밖에 해 줄 게 없다.
그리고, 요즘은 주책스럽게 눈물까지 많아져 되도록이면 작별인사를 빨리 끝낸 후 건물 밖으로 나가 하늘이라도 한번 보고 들어와야 한다.
다른 면접보다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
인력채용에는 항상 신중해야 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일 잘한다고 능력을 인정받은 동료의 자리에 새로운 인력을 충원할 때는 더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다.
이유는? 새로운 동료가 충분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업무능력이 향상되지 못하면 기존에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업무부담이 더 커지게 되고,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동료의 멘탈이 강하지 않으면 본인이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스스로 버티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면접을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
면접을 준비하면서 아쉬움과 불만이
함께 했던 동료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동료를 맞이하는 일은 너무도 당연한 회사생활이라 치부된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떠난 동료가 잊혀질 때까지 내 마음을 다스려야 하고(경우에 따라서는 떠나는 동료가 있어 마음이 편할 때도 있지만^^) 새로운 동료와 손 발을 맞추며 적응해 가는 과정은 그 어떤 일보다 난이도가 높고 감정 소모가 심한 업무인데 "이런 일들이 어쩔 수 없다"라는 분위기가 아쉽다.
면접을 준비할수록 늘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던 퇴사한 그가 생각난다. "그가 만약 그대로 출근할 수 있었더라면 이런 면접을 준비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고, 지금 내가 처한 환경에서 아무리 꿈틀거려도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아 나에게 불만이 쌓인다.
이렇게 아쉬움과 불만이 쌓인 상태로 면접을 준비하다 보니 엉뚱하게 새로운 지원자의 합격 기준만 높이고 있었다.
솔직히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2~3번 정도 읽고 면접에 참석했던 이 전과는 달리, 이미 일주일 전부터 매일매일 수 차례 서류를 검토하고 있고 다른 면접과 달리 질문 개수도 많이 준비하고, 어려운 질문도 계속 만들고 있다.
<면접 질문 리스트>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전 회사 퇴사 사유는 무엇인가요?
이전회사에서 진행한 업무를 설명해 주세요
과거 업무 중 뜻깊은 일을 이야기해 주세요
우리 회사에 왜? 지원하려 하셨나요?
본인이 어떤 업무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본인의 성격의 장단점을 말해주세요?
동료들이 본인을 어떻게 평가하셨나요?
집이 회사와 먼데 출퇴근 가능하신지요?
본인의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불합리한 업무를 지시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스마트폰>스마트카>스마트OO은 다음은?
블록체인이 플랫폼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콘텐츠 플랫폼의 미래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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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작성 중...
6월 29일 15시 00분 면접 당일
부정적인 감정을 버리지 못한 채 면접날이 되었다.
면접 20분 전, 면접실에 도착했다
면접 10분 전, 준비한 어려운 질문 리스트를 꼼꼼히 체크하기 시작했다
면접 05분 전, 혹시 놓친 게 없는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다시 한번 정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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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시작, 면접실 문이 열린다.
면접자를 맞이하기 위해 문쪽을 바라봤다.
엇?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인사팀 채용 담당자였다.
채용담당자 : 오늘 오기로 했던 면접자 분이 다른 회사에 합격해서 못 오신다고 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나 : 아~~ 네...........축하한다고 전해 주세요~
부정적인 감정으로 면접 보기가 미안했는데 차라리 잘 됐다.
채용담당자가 나가고 면접이 취소된 이력서를 바라보고 있는데 노래 한곡이 생각났다.
희한한 시대 (옥상달빛)
어제 만난 친구가 그런 말을 했어
눈과 귀를 닫고
입을 막으면 행복할 거야
너는 톱니바퀴 속 작고 작은 부품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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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노래의 마지막 부분의 가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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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한 가운데
어차피 혼자 걸어가야만 한다면
눈 뜨고 잘 듣고 목소릴 내보면
그럼 지금보다 나아지겠지
그리고는 천천히
살아가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