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은퇴생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대문 김사장 Aug 16. 2022

퇴직하는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평균 퇴직 나이가 49세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일찍 자영업 시작한 나에게, 친구 연락이 온다. 20대때는 군대 이야기하다가 여자 이야기로 끝났는데, 지금은 애들 이야기했다가 결국 먹고 사는 문제로 빠진다. 



회사를 나오면 첫번째로 느끼는 것이 찬바람이다. 일로 관계된 사람들 연락처가 모두 끊긴다. 처음 한 두번은 만나주겠지만, 서로에게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되면 더이상 연락하지 않는다. 




운이 좋아서 작은 회사로 재취업하면, 예전에는 당연하게 해결될 문제를 하나하나 스스로 해야하는 것이다. 일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1여기서 저기로 옮기는 일', '2그렇게 하라고 시키는 일' 이다. 후자가 폼나고, 큰 기업에서는 아무리 말단이라고 해도 2번째 일을 하게 된다. 작은 조직에서는 1번이다. 힘만 들고, 결과가 미비하거나 나오지 않는다. 




현실이 녹록치 않으니까 자꾸 과거의 영광이 떠오른다. 난 능력있는 사람이고 인정도 받았는데...라며 곱씹는다. 근데 이것도 착각일 가능성이 크다.  정말 능력이 있으면 회사가 아니더라도 할 일이 많다. 




재취업이 어려우니까 편의점이나 음식점, 카페같은 자영업에 도전해 본다.  회사에서라면 한참 밑의 젊은이들을 현장에서 상대해야 한다. 이런 사람들이 어이, 아저씨, 사장님 일루 와봐요, 김씨 이것좀 봐봐..... 




깍듯이 이사님, 상무님 호칭을 받던 사람들이 이런식으로 불려지면 충격을 받는다. 허드렛 일과 이런저런 대우를 받다보면 '내가 이런 일 할 사람이 아닌데, 먹고 살려고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냉정하게 보면 그게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다. 




두 가지 갈림길에 서게 되는데, 하나는 그대로 찌그러져서 등산, 친목모임, 유튜브로 소일하며 과거의 영광을 되새김질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적극 현실을 받아들이기다. 회사에서 해외주재원이었건, 임원이었건 간에 밖에 나오면 할 일이 많지 않다. 그러나 하역장에서 까대기 하고, 세탁소 개업해서 청소하는 분 들 보면 참 건강하다. 사모님 소리 들었던 그들의 배우자도 그런 남편을 존경한다. 이런면에서 여성들이 더 현실적인 것같다. (무엇을 하든간에 중요한 것은 생활비니까.) 




움직이는 것(일) 자체가 건강한 삶이고, 과거의 거품을 빼는 방법이다. 연금이 많이 나와도 100만원이라도 수입이 있으면 자존감이 올라간다. 그리고 일을 하면 외롭지 않고, 우울증에 걸리지도 않는다. 




역경을 딛고 일어선 거창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더라도 몸이 건강해서 움직일 수 있다면 먹고는 산다. 우리 음식점에서 일하시는 남자분은 나이가 60인데, 에너지가 넘친다. 그 힘든 주방일이지만, 저 기세라면 70대 중반까지는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저렇게 일할 수 있다면 노후 걱정할 필요가 있을까?


















좋아요








댓글 달기






공유하기







매거진의 이전글 그때그때 바로바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